경제자유구역 성과 평가와 보완과제

[경제시론] 2010-08-06 | 전경련 산업본부 규제개혁팀장 양금승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이라는 명분으로 2003년 지정된 경제자유구역(FEZ : Free Economic Zone, 일명 경제특구)이 출범 7년이 지나도록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초 의도했던 외자유치실적은 저조한 가운데 주요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해 부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6월 말까지 6개 경제특구(인천, 부산·진해, 광양,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7억 2,82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FDI의 3.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이 그만큼 외국인에게 투자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수도권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7년여 동안 11억 6,970만 달러 유치에 그쳤으며,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은 6억 9,440만 달러, 광양만 경제자유구역은 4억 6,290만 달러 수준이다. 2008년에 추가로 지정된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이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는 4건 3억 6,000만 달러이다. 대구·경북(구미·포항) 경제자유구역 역시 9개 외국업체와 MOU를 맺었지만, 실제 투자는 1건에 불과하다. 황해(경기 평택, 충남 당진/아산/서산) 경제자유구역은 실적이 한 건도 없어 충남지역에서는 ‘차라리 지정을 해제하여 예산을 아끼고 주민의 재산권 제약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이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경제원리에 부합되지 않은 차별성 없는 지구 지정 남발, 과다한 규제로 인해 주변국 경제특구에 비해 투자매력도 열위, 정주환경 미흡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지역안배라는 정치논리에 휩싸여 지방에 나눠먹기식으로 지정하다 보니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없이 진행되었다. 또한 지역별로 뚜렷한 차별성과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없어 외국기업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둘째, 현 정부 들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규제완화조치를 단행하였지만, 외자유치를 촉진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려면 해외의 유수기업은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은 이들 기업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 즉, 외국기업들은 국내 대기업들과 생산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선호하고 있으므로 경제자유구역 개발 초기의 앵커기능을 수행할 국내 대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가 없어, 국내기업들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게다가 조세감면 대상이 제조업, 물류업, 관광업, 호텔업으로 제한돼 있는 것도 투자유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법’은 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입지법’보다 사업시행자의 활동범위를 제약하는 측면이 강해 원활한 사업추진을 저해하고 있다. 예컨대, 산업입지법과 도시개발법 등 다른 유사법률은 단지 지정·고시일에 토지를 수용할 수 있으나,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실시계획승인을 받은 시점을 ‘사업인정고시일’로 인정하여 개발계획수립 승인 후 실시계획승인까지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지가상승 등으로 보상비가 증가되어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이 된다. 또한 주민 민원 대응 및 신속한 사업 착수에 난항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입지 등 생산요소와 세제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 근무 또는 정주할 기업체 종사자와 주민들의 편익을 위한 주거, 학교와 의료기관 등 정주환경이 어떻게 구축되었는가에 따라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유치가 촉진되기 위해서는 기업체 임직원들이 살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외국인학교와 영리의료법인, 휴양 및 오락시설 등이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외국교육기관 설립자격 요건, 학생선발권, 운영수익 송금 등에 대한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아 명문 외국교육기관 유치에 어려움이 많으며, 외국인영리법인의 유치도 의사와 약사의 자격규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휴양 콘도미니엄의 회원모집규제와 경제자유구역 내 관광사업에 대한 외국인 최저투자금액 한도가 높아 외국인 전용카지노업 유치도 어렵다.

경제자유구역 추진방향과 관련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이와 같은 상태로는 외국자본이 한국을 우회해 주변 경쟁국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으로 투자가 활성화되어 ‘글로벌 경제특구’로서 위상을 높이려면, 입지여건, 생산비, 인센티브는 물론,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매력도가 중국 상해 푸동신구,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경쟁국의 경제특구보다 더 높도록 경제자유구역 추진방향과 관련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거나 외자유치 실적이 저조한 경제자유구역은 축소하거나 개발가능성이 낮은 부적합 지구는 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성장성이 높은 구역은 과감하게 혜택을 줘서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6개 경제자유구역별로 특성화 방향을 설정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도 이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각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경제자유구역에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을 끌어들일 유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경쟁 국가들이 조세감면시 국내외 기업 간에 차별을 두지 않듯이 우리나라도 외국기업 유치시 앵커기능을 수행하는 국내 선도기업의 입주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기업에 대해서도 외국의 투자기업과 동일한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10년 간은 구역별 투자유치업종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조세감면업종의 경우 서비스나 첨단기술산업 등 고부가치산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특별법상 사업시행자의 활동범위를 산업입지법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고시가 있는 때를 사업인정고시일로 변경하여 토지 매입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셋째, 인구 유입을 촉진할 수 있도록 경제자유구역의 주거, 의료 및 교육, 휴양시설 등 정주환경을 홍콩, 상하이 등 세계적인 국제도시보다 더 우수하게 만드는 것이 생산요소와 세제상 인센티브 제공만큼 중요하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외국인학교, 휴양 콘도미니엄, 카지노 등 경제자유구역의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시설 조성을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외국교육기관 설립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며,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경쟁력 있는 외국인 의료기관의 유치를 위한 외국인병원 설립요건과 영업상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는 휴양 콘도미니엄업 시설의 분양 및 회원모집의 기준과 절차에 관하여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부부 및 직계존비속만으로도 객실분양 및 회원모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yk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