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의 계열사 간 거래분석 결과, 의미와 과제

[경제시론] 2012-11-12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조사팀장 이상호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에 다소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 규제하려는 분위기다. 계열사 간 거래(혹은 ‘내부거래’)란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하며, 독립적인 기업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거래를 시장거래라고 칭한다.

계열사 간 거래의 동기와 효과에 대한 견해 두 가지
  계열사 간 거래의 동기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거래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견해다. 계열사들이 외부기업보다 월등한 정보력을 갖추고 그들 간의 거래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본질이 시장계약의 기업내부화(internalization)에 있듯이 기업집단이 출자관계를 형성하여 계열화시키는 것은, 시장에 의해 달성되기 어려운 거래를 계열사 거래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효율성을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효율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에 경쟁제한성이 생기면 경쟁관련법상 규제를 받아서 부작용이 미리 차단된다. 이로 인해 계열사 간의 거래는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를 달성시켜주며, 위험분산을 가능하게 하고 수익의 투명성을 높여준다. 특히 시스템통합(SI) 및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는 산업특성상 계열사 간 거래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므로 지배구조 여부를 떠나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에서도 계열사 간 거래로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이다.
  둘째,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내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이른바 ‘터널링(tunneling)’ 및 ‘프로핑(propping)’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부당내부거래라는 견해다.
  부당내부거래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인해 계열사 간 거래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집단체제 하에서 피라미드식 출자, 순환출자 등으로 인해 지배주주는 현금흐름권을 초과하는 통제권을 차지하고 이로 인해 소유지배괴리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소유지배괴리를 바탕으로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경우, 보다 효율적인 기업과의 시장거래보다 비효율적이나 지배주주에게는 도움이 되는 계열사 간 거래에 의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계열사 출자가 많은 기업의 경우 현금흐름권이 낮은 기업으로부터 높은 기업 또는 지배주주의 지분이 많은 기업으로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부를 부당하게 이전한다거나,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피라미드 끝의 기업으로부터 지주회사 또는 지배주주 자신에게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 그 사례라고 말한다. 또한 차등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으로부터 지배주주 자산에게로 부를 이전할 수 있으며, 계열사 간 거래를 기업집단의 경영권을 상속하는 수단으로도 이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계열사 간 거래, 경제적 효율성 여부를 떠나 규제해야 하는가
  최근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규제강화 논란과 관련하여 연세대학교 연강흠 교수가 <2010년도 상장회사의 계열사 간 거래 분석>이라는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 교수는 2010년도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1,752개사 중 약 40% 정도가 계열사 간 거래를 하고 있으며, 부당내부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상장회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752개 상장사 중 806개사(46.0%)가 계열사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했고, 720개사(41.1%)가 계열사로부터 부품·서비스를 구매했다고 공시했다.
  기업규모별로 거래 계열사 수를 살펴본 결과, ‘자산 5조 원 이상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이하 ‘대기업’)가 ‘비대규모기업집단 상장회사’(이하 ‘중견·중소기업’)보다 거래하는 계열사 수가 많았다. 계열사에 제품을 판매했다고 공시한 806개사 중 대기업은 133개사였으며, 평균 7.9개 계열사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했다. 중견·중소기업은 673개사이며, 평균 2.8개 계열사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했다.
  계열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했다고 공시한 720개사 중 대기업은 126개사이며 평균 6.9개 계열사로부터 제품·서비스를 구매했다. 중견·중소기업은 594개사이며, 평균 2.6개 계열사(또는 특수관계 회사)로부터 제품·서비스를 구매했다.
  연 교수는 계열사 간 거래에 터널링이나 프로핑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총수지분율이 높은 회사, 비상장 계열사, 지원서비스업(SI·건설·광고·물류 등)은 계열사 간 거래비중이 높았고, 이들 기업 대부분은 계열사 간 거래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준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인식이 맞는지 살펴보기 위해 위에 열거된 업종들을 독립변수로 설정하고, 상장사의 이익·주가 지표를 종속변수로 하여 이들 회사들과의 거래가 상장사의 이익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대주주지분율이 높고 낮음, 상장 여부, 지원서비스업(SI·건설·광고·물류 등) 등의 독립변수가 상장회사의 이익지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연말주가에도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일반적인 인식처럼 위에 열거된 업종이 상대적인 이익을 얻었다면 이들과 거래한 상장사는 손해를 보거나 주가에 마이너스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연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등 모든 기업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며, 상장회사 계열사 간 거래에서 터널링이나 프로핑 현상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결국 동 보고서는 최근 정치권이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려는 분위기와 관련하여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kas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