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제개편 방향과 과제

[경제시론] 2012-07-24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유환익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인 2012년은 세법개정이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다양한 공약들이 발표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수’가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제시한 조세관련 공약을 분석해본 결과, 적게는 5년간 26.5조 원에서 많게는 194.1조 원의 세수가 추가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세 조달방안으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 비과세 및 감면 정비, 법인세율 인상, 음성·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정부도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과도한 복지지출을 경계하는 한편, 고령화 등에 따라 복지수요가 어느 정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확보 및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감면 정비 및 금융부문 과세 정상화 등 신규세원 발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제환경하에서 전경련은 지난 3월부터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개편 의견을 수렴한 결과 총234개의 안건을 발굴하였다. 이는 전년대비 건의과제가 37.8% 증가한 것으로 정치권 및 정부의 증세 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세특례제한법 58건, 법인세법 50건, 지방세법 45건, 부가가치세법 22건, 상속증여세법 12건 등이다. 건의내용을 토대로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 정리해본다.

지속성장 위해 투자관련 공제감면 일몰 연장해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89년에서 1997년 사이 7.4%를 기록했던 잠재성장률은 1998년과 2007년 사이에는 4.7%로 하락하였고 최근 2008년과 2012년 사이에는 3.8%로 급락하였다.
이러한 잠재성장률 하락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성장동력인 기업투자의 감소도 주요한 요인이다. 특히,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투자는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일몰이 예정되어 있는 42건에 달하는 각종 기업투자 관련 공제·감면 제도를 연장하고, 적용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절약시설 세액공제에 대한 일몰을 연장하고 나아가 공제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일본 원자력 발전사고, 국내 고리원전 사고, 지난해 전력부족에 따른 정전사태 등 전력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유인이 필요한 만큼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대해 3년간 추가 연장하고 LNG 복합발전소, 2차전지 생산시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새로운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해서도 세액공제가 필요하다.
금년부터 적용되는 고용투자세액공제 제도도 공제율 상향, 대상업종 확대 등의 개선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보다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고 고용창출세액공제로 전환되었지만, 공제율이 낮고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공제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최대 7%에 불과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을 인상하고 항공운송업을 적용대상 업종에 포함하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상적 기업활동 저해하는 세제 개선해야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는 반기업적 세제에 대해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이 필요하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주주의 이익에 대해 이미 ‘주식배당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중과세에 해당된다. 또한 일정범위 이상의 계열사 간 거래를 일률적으로 일감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있는데, 계열사 거래는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특히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경우 산출방식, 소급적용 등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세청은 내국법인이 해외 자회사의 금융차입과 관련하여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 보증 수수료가 낮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요율 제시 및 그 차액에 대해 5년(2006~2010년)분에 대해 소급과세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국세청의 산정모형은 비재무적요소(기업의 성장가능성 등)는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재무자료만으로 산출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고, 과거 인정분까지 소급하여 과세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 보증수수료율 책정 및 소급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기반 마련 필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실시하는 각종 지원에 대해 세제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동반성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대중소상생협력기금 출연 시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어 대기업이 협력사 등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동반성장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나 이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효율적·지속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해외 동반진출 지원, 상생협력펀드 조성, 협력사 직무교육 등 지원사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종업원 창업지원을 위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종업원이 창업을 희망할 시 기업은 기존 재원을 활용해 창업 및 기술개발을 지원한 경우가 있다(이른바 ‘사내벤처’). 사내벤처는 종업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사실상 연구개발 활동이나 연구개발 관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기업 지원에 대한 세제혜택도 없다. 따라서 사내벤처에 소요되는 인건비, 개발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하반기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하반기엔 경기회복)와는 달리 상저하저(上低下低, 하반기도 경기회복 어렵다)를 예상하는 기관이 많다. 민간소비가 3%대 초반 성장으로 소폭 회복에 그치고, 설비투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하반기에도 증가율이 한 자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년도 세제개편에는 이러한 경제상황들이 충분히 반영되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와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세제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yhi@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