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제전망과 금융시장 기상도

[경제시론] 2005-12-20 |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한상춘

2006년 새해는 현 정부가 출범한지 4년째를 맞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우리 경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대외경기 호조 속의 부진’으로 요약된다.

우리처럼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압축성장한 경제는 그 어느 국가보다도 대외환경에 의존적인 체질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대외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우리 경기도 함께 좋아지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이 그간의 모습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우리 경기가 부진한 것은 주로 내부요인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행히 2005년 하반기 이후 수출과 소비관련 일부 지표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으나 앞으로 우리 경기전망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돼 2006년에는 5%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소프트 패치론’이다. 반면 우리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은 고유가, 미국과 중국간의 마찰, 북핵문제 등과 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에 기인하는 만큼 현 경제각료의 시각처럼 크게 회복될 수 없다는 'L'자형 시각이다.

어떤 시각대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2006년에 예상되는 수출여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2006년에도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개도국 가운데에서는 BRICs와 넥스트 일레븐 국가가 세계경제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수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은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수출변수인 원?달러 환율도 2006년에도 크게 불리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내외 외환시장의 최대현안인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제는 달러약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 만큼 각국간의 금리차에 따라 2006년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수준보다 더 상승하다가 하락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나 평균수준으로 보면 2005년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에 커다란 문제가 없다면 2006년에 우리 경기모습은 내수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우호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인위적인 정책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통화정책은 이미 한·미간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국내 경기부양만을 위해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통한 수출대책은 자본이탈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판 뉴딜식 재정지출 정책은 이미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재원확보부터 여의치 못하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국채발행을 통한 대책도 국채매각 과정에서 시중금리 상승으로 민간수요의 둔화를 초래하고 이는 공공지출 증가를 상쇄하는 구축(驅逐)효과로 실제 성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내수가 관건인 상황에서 내수를 부추기기 위한 정책입지가 제한돼 있다면 2006년에 우리 경기모습은 ‘어둡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외에서는 한국경제가 가까운 곳에서 회복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을 냉철하게 살펴보면 정부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나 민간부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일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부동자금이 많은 상태다. 그만큼 민간부문의 유휴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현 정부가 경기회복책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들고 나왔을 때 해외에서 부정적으로 봤던 것도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가 나설 정도로 민간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민간의 많은 유휴자금이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의 유휴자금이 소비나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운용원리로 삼고 있는 시장경제가 작동되고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든 간에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다. 모건 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2006년에는 2005년 경기부진에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로 성장률이 5%대를 기록하겠지만 그 후 잠재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6년 우리 경제를 보는데 있어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미시적으로 기업들의 실적과 현금흐름(cash-flow), 근로자의 경쟁력 확보여부 그리고 계층별로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간의 차별화 현상(nifty fifty)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결국 이런 대내외 경제전망을 토대로 2006년에 예상되는 금융시장 기상도를 그려 본다면 가장 주목받을 부문은 주식시장이다. 일부 증권회사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600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마냐냐(Manana) 증시관'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증권회사들은 1400-1500선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경기가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데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노후가 길어졌다는데 있다. 최소한 30년 이상 길어진 노후를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종전처럼 부동산보다는 펀드와 같은 미국식 자산운용방식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결과 이미 2005년부터 ‘펀드의 전성시대’라 불리울 만큼 크게 부각된 펀드는 2006년에도 계속해서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펀드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매달 일정금액을 붓는 적립식 펀드는 이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은 지난 3년 반 이상 동안 지속돼온 저금리 국면이 실질적으로 마무리되는 한 해가 될 것같다. 이미 2005년 10월 이후 콜금리를 두차례 인상했지만 시중금리의 대표격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5%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콜금리 인상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국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민들의 금융행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금의 경우 만기가 긴 상품보다는 만기가 짧은 상품을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는 회전식 예금에 대한 인기가 재연되고 있다.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을 고정금리부 대출로 갈아탈 것인가를 놓고 특히 2006년 상반기에 고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와 금리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국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2006년에도 부동산 시장은 정책요인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탈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담보부 대출의 수요가 감소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침체국면은 의외로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 내부적으로는 외국인들이 판치는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가 얼마나 완화될 수 있는가도 2006년 금융시장을 읽는데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윔블던 효과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영국 대회이긴 하지만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인 선수들이 우승한 횟수가 더 많은 현상에 빗대어 나온 용어다.

만약 2006년에도 윔블던 효과가 더 심화될 경우 우리의 국부가 밖으로 유출되고 일부 대기업까지 경영권이 위협당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외국자본과 외국금융기관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자본 육성과 경쟁력이 있는 투자금융회사(IB) 설립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금융기관들이 앞 다퉈서 사모펀드(PF)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내토종자본을 육성하는 과제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과제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통합법’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빠르면 2006년 하반기 이후에는 한국판 골드만 삭스나 메릴린치가 태어날 수도 있다.

한편 국내에 머물러 있었던 일반 국민들의 재테크 안목이 전세계로 넓어지는 추세는 2006년에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글로벌 재테크 수단 중에서 이른바 브릭스, 친디아 등으로 대변되는 해외펀드와 중국, 일본 등의 부동산 투자 그리고 금, 원유 등에 직접 투자하는 실물투자는 2006년에도 유망해 보인다.

결국 우리 경제모습과 금융시장 기상도를 감안하면 2006년에는 금년보다 더 많은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책을 수립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