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 발전전략

[경제시론]
2005-03-02 |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윤종언

    부품소재산업 발전전략
     작성자  윤종언 상무 (삼성경제연구소)
     작성일  2005-03-02


    올해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중소 ? 벤처기업과 개방형 통상국가라고 한다. 부품소재산업은 바로 이 두 가지 일의 교집합에 위치하고 있다. 중소 ? 벤처 제조업체의 활력은 그들 대다수가 종사하고 있는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에 달려 있고, 개방형 통상국가의 시금석인 한일 FTA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것이 부품소재 분야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매달려온 부품소재 발전전략인 만큼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 부품소재 분야의 평균 실행관세율은 한국이 6.6%, 일본은 2.3%이므로, 한일 FTA가 체결되면 기술이 앞선 일본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배수의 진이라는 각오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때다. ‘수입 부품소재의 국산화→선진기업의 저가 공세→제품가 하락→투자여력 확보의 실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혁신적인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일이다. 선진제품의 모방과 국산화라는 저위험-저수익 전략으로는 영원한 후발자에 머물게 될 것이므로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요구된다.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혁신제품을 개발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말한다. 정부와 재계가 ‘10대 핵심전략 부품소재’를 선정하여 집중 투자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적인 부품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중핵기업이 필요하다. 중핵기업이란 해당분야의 비전을 제시하고 발전전략을 주도하는 전문 ? 대형 기업이며, 이들을 매개로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단선적 구조에서 重層的 구조로 고도화될 것이다. 이 경우 부품소재기업들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專屬거래의 비중을 낮추어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개발(부품소재기업)-생산(대기업)이라는 역할분담을 통해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막강한 경쟁력은 소재-부품-세트기업 간의 탄탄한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소재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에 동참하여 부품업체들을 받쳐주고 있으며 부품업체들은 시장의 변화와 고객(세트업체)의 요구를 소재업체에 전달해 준다. 세트메이커는 부품업체를, 부품업체는 소재업체를, 단순한 원가절감의 대상이 아닌 동반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생산의 역할분담도 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파트너십이 전제되어야 가능해진다.
    파트너십을 키우는 데는 클러스터가 큰 도움이 된다. 관련업체끼리 공장부지나 유틸리티를 공유하는 工團과 달리 클러스터는 산-학-연이 한데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다. 대용량의 지식이 광속으로 움직이는 디지털시대에 왜 한데 모여야 하나. 인터넷에는 形式知(문서나 도면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가 난무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暗?知(체험과 감각으로 알 수 있는 지식)인데, 이 암묵지라는 것은 사람의 五感에 녹아있는 것이라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습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소재산업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현장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암묵지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기술이라기보다는 예술의 경지에 더 가까운 것이다.
    가능하다면 선진국의 기업과 기술자들을 클러스터로 모셔오는 것이 좋다. 일본 기업의 경우 종신고용의 관행이 무너지면서 기술자들의 해외취업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고령화와 少子化로 인해 가업계승이 어렵게 되면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커졌다. 우리가 반도체, LCD, PDP, 휴대전화 등 강한 수요산업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일본의 부품소재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한일 FTA가 되어 차별적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으로 몰리는 일본기업들을 끌어들이기도 더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