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파급영향과 대응과제

[경제시론] 2011-09-16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준협

지난 7월 31일 미국 정부와 의회는 국가부채 한도 증액과 더불어 ‘증세 없는 재정지출 감축안’에 합의하였다. 향후 10년 간 총 2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감축하되, 세금을 더 걷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이 합의는 미국의 두 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미국 부채협상 타결과 신용등급 하락

먼저,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었다. ‘증세 없는 재정지출 감축안’은 경기부양의 원천이었던 정부지출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것으로, 부채협상 타결 이후 닷새 만에 다우지수는 1만 2,143p에서 1만 1,445p로 5.8% 폭락했다.
둘째, 신용평가사인 S&P가 8월 5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키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정부 디폴트’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을 보고, 미국도 재정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시장은 인식하게 되었다.
재정긴축안 합의에 이어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더블딥 우려가 더욱 증폭되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금리는 약 25~100bp 상승하고, 이로 인해 연간 약 1,000억 달러의 추가이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지출 여력이 더욱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다우지수도 나흘 만에 1만 1,445p에서 1만 1,143p로 2.6% 하락하였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증폭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8월 4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재정위기에 노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512p(4.3%) 폭락했고, 8월 5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프랑스와 영국의 신용등급도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에 유럽 주가도 폭락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전염되면서 실물위기로 파급되는 것이다. 당장 그리스 국채가 헤어컷¹⁾될 경우, 그리스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독일·포르투갈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하게 된다. 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실물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도 은행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당장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지는 않겠지만, 그리스 국채에 노출되어 있는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셋째, PIIGS의 대규모 국채 만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헤지펀드의 공격이 예상되고, 재정위기 우려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기둔화를 알리는 실물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금융불안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어 신흥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있고 외국인 투자비율이 높은 한국의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또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 일본 엔화, 미국 단기국채 가격은 급등한 반면 국제 원유가격은 하락하였으며, 금융불안이 완화되기 전까지 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부진으로 자국 보호주의와 환율전쟁이 재차 점화될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특급 소방수인 독일은 자국민의 반발로 역할이 축소되고 있고, 일본도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추가 재정투입여력이 낮다. 수출감소를 우려하는 일본은 이미 달러화 약세에 맞서 엔화 공급을 늘리고, 중국 등도 환율전쟁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수출주도 성장의 특성을 띠는 한국경제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경기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진국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IT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총수출의 19.0%를 미국으로, 42.1%를 OECD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IT는 총수출의 12.4%를 미국으로, 34.1%를 OECD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더블딥 우려가 증폭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반전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따라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단기적으로 국채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글로벌 금융불안이 커질 경우 채권시장에 머물던 외국인 투자자금도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금융기관, 기업의 리스크 관리 및 위기방지책 마련이 필요한데 우선, 외국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외환위기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적절한 외환보유고 관리,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을 통한 단기유동자금 관리 등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외화유동성 확보를 통해 급격한 외화 유출에 대비해야 하고,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금사들이 외화를 단기로 차입해서 장기로 운용하는 만기불일치로 인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겠다. 기업은 파생금융상품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대한 헤지(위험회피)를 하고 결제대금을 확보하여야 한다.
둘째, 수출산업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주요 수출 업종별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주요 수출국의 시장수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출지역 다각화를 통해 수출 감소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통상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통상 관련 규제변화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확보해 분석하고 대응함으로써 우리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1) 금융기관의 순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하락한 채권의 장부가치를 현실화시키는 것을 뜻함.

(sododuk1@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