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불균형 현상의 원인과 대응방안

[경제시론] 2006-05-03 | 경제조사팀 배명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을 ‘양극화’라는 이분법적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득계층간, 산업부문간, 기업간 대립구도를 형성시켜 사회적 분열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지양함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양극화라는 개념이 원래 중산층의 몰락에 따른 신빈곤층의 확산을 의미하는 소득계층 괴리현상에만 국한된 개념이므로 우리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광범위한 불균형 현상을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

실상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새로운 발전단계로 나아가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속에 일정 수준의 대외경쟁력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교우위 부문과 비교열위 부문간에 보상의 괴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은 저성장부문(비IT, 비제조업, 중소기업, 내수업종 등)의 성장지체, 그리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저성장 부문에 종사하거나 직업을 잃은 성장 소외계층의 빈곤문제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이 초래된 원인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이 초래된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크게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와 경제구조적 변화, 경기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외 경제환경 측면에서는 우선, 세계화와 중국경제의 부상을 지적할 수 있다. 세계화로 인한 무역확대와 중국경제의 부상으로 국제적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등의 선도산업이 부상하고 중국제품 침투가 비교적 용이한 경공업 등 비교열위 산업은 위축되고 있다.

둘째, 내부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과거 의존해 온 양적성장구조에서 기술 및 지식기반 성장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비교우위와 고용흡수력이 높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비교열위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경제구조의 변화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자. 우선, 산업연관효과가 약화되면서 성장을 주도하는 비교우위 산업으로부터 비교열위 산업으로의 경기확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하여 대기업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에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고 있으며, IT산업의 높은 중간재 수입의존도와 낮은 고용창출효과로 IT제품 수출증가가 국내 투자 및 고용 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

둘째, 고용구조의 악화와 교육훈련제도의 취약을 지적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인력관리 효율화, 비용절감 등을 위하여 상용 또는 정규직 근로자의 신규채용을 기피함으로써 임금수준이 낮은 비상용 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상승하여 계층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 또한, 빈곤층에 대한 교육훈련제도 등이 불충분하여 빈곤층이 경제구조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저소득층이 확산된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적 원인인 저성장의 장기화도 경제불균형을 부추기고 있다. 즉, 경제성장률 둔화가 소득계층간 불균형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2005년 기준 실질GDP 721조 원)를 감안할 때 1%의 성장률 감소는 7.2조 원 가량의 ‘부가가치 상실(기회손실)’을 의미한다. 이는 임금보다 자산소득이 높은 고소득층과 자산소득보다 임금소득이 높은 중산층 이하간의 소득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실제로 소득불평등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과거 고성장 기간이었던 1985년부터 1997년중에는 0.312에서 0.283으로 낮아진 반면, 저성장 기간(오일쇼크)이었던 1979년부터 1985년중에는 0.306에서 0.312로, 또한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회하기 시작한 최근 2003년부터 2004년중에는 0.306에서 0310으로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과 소득분배가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불균형 현상의 대응책

우리 경제의 성장불균형 현상이 이상과 같이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 경제구조의 변화, 경기적 원인에 있는 만큼 대응책은 그러한 원인을 개선시켜 나가는 데 있을 것이다. 우선,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비교우위 부문과 비교열위 부문간의 격차문제는 선도부문의 혁신을 통한 비교우위력 확대와 낙후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병행될 때에만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선도 산업 및 기업이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R&D 투자 유인(세제혜택 강화 등)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낙후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도록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공여, 공동연구개발 등을 유도하고 한계기업은 시장기능에 의해 전업이나 합병 등의 방법으로 상시 퇴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연관효과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중소 부품기업에 병역특례로 배정되는 인원을 확대하여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부품기업 R&D 및 기술인력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자본재 산업 현장 기술인력 소득공제 제도’를 부활하거나, 현재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연구보조비 비과세제도’를 영구화하고 적용범위를 대기업 부설연구소, 기업 연구개발 전담부서 소속 연구원으로 확대함이 바람직하다.

중소 부품업체들의 자금확보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확충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 부품업체들의 보증서 기한 연장, 신규발급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행 시제품 단계까지만 지원되는 R&D 자금을 상용화하기 위한 R&D 투자까지 확대 지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시제품 단계의 제품을 대량생산할 경우, 제품 신뢰성이나 성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R&D 기술료 상환기간(현행 3년)을 5년으로 연장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부품업체의 경우, 기술개발 후 양산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투자와 투자 회임기간의 장기화로 단기간 내에 기술료 상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과 불균형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한 경기적 요인인 저성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성장중심의 경제정책 확립이 요구된다. 신빈곤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은 필요하나 저소득층에 대한 시혜성 정책은 소득계층간 불균형에 대한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야말로 저소득층에게 안정적 소득창출을 가져와 소득분배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와 창업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과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기업들의 경제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아울러 공장입지규제, 환경규제 등 각종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관련 규제를 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성과의 불균형 현상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현재의 단면에서 보면 어렵고 나쁜 것이지만,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이라는 흐름 속에서 보면 기회라 할 수 있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겪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다. 선진한국은 국민, 기업, 정부가 협심해 이러한 고통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때 달성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