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정치·경제 변화와 대응과제

[경제시론] 2010-11-08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홍순직

최근 한반도 정세는 중장기 교착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12월의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중단되었으며, 남북관계는 현 정부 집권 초부터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2008년 초부터 우리 정부의 ‘비핵·개방·3000정책’과 6.15 및 10.4 정상선언 재검토에 반발하면서 금강산 피격사건과 남북 간 육로통행 제한 등으로 대응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었다.
특히 2009년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등에 이어 2010년 3월에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졌고, 남북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전면 중단조치 등의 5.24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남북교역은 감소하였다.

내부통제 강화 속 대중(對中) 의존도 심화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는 정치·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8년 8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권력승계와 체제정비를 위한 내부통제가 강화되었고, 2009년 11월 말에는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2010년에 김 위원장은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하였고, 44년 만에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인민군 대장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등에 선임함으로써 후계자 위상에 걸맞은 직책을 부여하였다. 또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를 대장과 정치국 위원에 임명하였고,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당과 군 요직에 대거 등용됨으로써 혈통에 의한 후계구축을 강화하였다.
한편,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대외고립 심화와 화폐개혁의 후유증 속에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2010년 북한경제는 북핵 해결 지연과 남북경색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 특히 쌀·비료 등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 급감함으로써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곡물 생산량은 여름철의 일기불순으로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여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수입이 늘지 않으면 만성적인 식량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한, 시장기능 억제와 재정확충을 통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강화를 위해 실시된 화폐개혁은 북한당국의 물자공급 부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책임자인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처형과 김영일 내각총리의 사과 등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결국 북한의 경제난 심화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과 원조 확대로 이어짐으로써 북한경제의 대중 의존도는 확대되었다. 김 위원장은 금년 5월과 8월의 2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여, 후계구도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입장 조율 등의 정치·외교적 현안 외에도, 식량 지원과 나진·선봉 개발을 통한 북중경협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김 위원장(2.16)과 김정은(1.8)의 생일에 맞추어 내년 1월까지 쌀 50만 톤 이상을 요청하였고, 중국은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8월까지의 대중 식량과 비료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2.0%와 81.5% 늘어났으며, 이로써 2008년부터 북중 무역액은 남북 교역액의 1.5배를 넘었고, 대중 무역의존도도 50%를 초과하였다.
더구나 중국은 2008년에 라진항 1호 부두의 10년 사용권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청진항 3, 4호 부두의 15년 사용권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이는 중국 동북3성 개발의 핵심인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이 본격 가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개성공단사업 역시 총액은 증가했으나, 가동기업 수는 지난 4월 이후 121개로 정체돼 있으며, 북측 노동자의 1인당 생산성도 2009년 579달러와 2010년 상반기 647달러로 2007년 1,025달러의 절반 수준에서 그쳤다.

2011년, 체제결속 강화와 유연한 대외정책 예상
2011년 북한은 안정적인 후계체제 구축과 2012년의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체제결속과 경제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후계세습을 위한 체제 내부정비를 일단락지은 후, 2012년의 경제강성대국 건설과 김정은의 치적 쌓기를 위해 내부자원 총동원을 통한 경제난 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는 선군정치 계승을 통해 김정은의 군 내부지지 공고화와 장악력 강화로 후계체제 안정화를 추구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당면한 경제성과 도출에 역점을 둘 전망이다. 예컨대, 김정은의 대표업적으로 선전하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기술을 토대로 한 철강과 경공업 생산을 강조하고 인민생활수준 향상과 IT 및 4대 선행부문(금속, 전력, 석탄, 철도운수 부문)의 집중 육성을 강조하면서 이 부문의 성과달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자원 조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유연한 정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지켜주면서 더 많은 경제지원 확보를 위해 북미대화를 통한 관계개선 노력이 예상된다. 최근에 강석주-김계관-리용호 등 북핵 협상과 대미 외교라인을 일제히 승진시킨 것은 사전정지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개선 또한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더 많은 경제지원 확보를 위해서는 절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先 남북관계 개선, 後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한·미의 공동입장으로 인해 북한은 대남관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경협 확대가 통일비용 절감 위한 사전투자임을 인식해야
최근 북한은 대미 및 대남 대화 무드를 조성하면서 6자회담 재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듯하며, 남한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이후에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제의와 남북통신망 재가동, 김계관 제1부상의 9.19 공동성명 이행방침 천명과 노동신문의 남북대화 강조, 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등은 북한이 대내외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와 지하자원 활용, 북한경제의 대중 의존도 완화, 그리고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북한의 절박함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여 전환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남북 간 경제력격차 완화와 사전분산투자는 통일비용 절감과 통일편익 극대화의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이와 함께 민간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들의 대북 인도적 사업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남북 간 상호신뢰 회복에,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인심 얻기를 통한 통일환경 조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jhong@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