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자협정 체결의 시급성과 스크린 쿼터

[경제시론] 2003-11-17 | 엄치성 엄치성

지난 1998년 7월부터 시작된 한미 양국간 투자협정이 스크린 쿼터에 발목이 잡혀 5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양국간 합의가 마무리되었지만 가장 민감한 이슈인 스크린 쿼터에 대한 이견으로 아직까지 투자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협정 체결현황
미국은 2003년 6월말 현재 총 45개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유럽이나 일본 등과는 투자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간에는 투자관련 차별이 거의 없어 양자간 협정을 따로 체결할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 1964년 독일과 최초의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한 이래 2003년 10월 현재 총 68개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중 투자이전(pre-establishment) 단계에서부터 투자자유화를 포함하는 미국식 투자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스크린 쿼터가 왜 문제인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스크린 쿼터는 [투자자에 대한 강제적 이행의무 부과금지(외국인투자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국산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토록 강제하지 못함)]라는 한미투자협정(안)의 제6조에 위반되고 있다. 스크린 쿼터는 극장의 연간 상영일수 중 일부에 대해 국산영화를 상영토록 강제하는 제도(현행 영화진행법시행령은 매 스크린마다 연간 146일 이상 국산영화를 상영토록 의무화)이다. 우리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스크린 쿼터제를 투자협정에 대한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해 왔으며, 미국측은 스크린 쿼터제를 투자협정의 예외로 인정하는 데는 동의했으나 현행 쿼타 일수를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내 영화업계는 스크린 쿼터 축소의 선결요건으로 국산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 40%대 수준을 제시해 왔다. 최근 2-3년간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이러한 선결요건인 40%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국산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1-6
국산영화 점유율	25.1%	36.1%	35.5%	50.1%	48.3%	47.1%

자료 : 외교통상부

한미투자협정 시급히 체결되어야
최근 몇 년째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대비 44.4%나 감소하였다. 경기부진과 북한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경제정책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하여 외국인 투자유치를 증대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투자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세계는 지금 자유화?개방화의 대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개방화의 추세를 잘 활용한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또 한번의 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으로만 치닫고 있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경쟁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서명까지 마친 칠레와의 FTA도 국회비준을 받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여 개방화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자유화의 물결로 나아가는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야 할 것이다. 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