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바람직한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과제

[경제시론] 2014-01-08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김용옥

정부는 최근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2014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 내수활력 제고,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경제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가 아직 확고하지 않고, 외환시장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수출과 고용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등 민간부문의 회복은 여전히 미약하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조선·철강·화학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주요 업황이 악화되는 등 대다수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코스피 상장사 156곳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95.8조 원에서 80.6조 원으로 약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완만한 회복 조짐 속 불확실성 높아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 신흥국 시장 불안 등 대외 리스크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침체 등 내수를 가로막는 불안요인들이 상존하면서 앞으로의 전망 또한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 201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고 있지만 IMF·ADB 등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5%로 나타났다.

본회가 2013년 12월, 대기업 366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경영환경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3% 미만으로 예측하는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였다. 경기회복 시기도 2014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내년도 투자 및 고용 전망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과 ‘불변 또는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경제정책은 다음과 같이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 경제가 현재의 미약한 개선 조짐을 뛰어넘어 본격적인 경기회복 추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경제 활성화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경기 회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투자 및 소비 촉진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민간 경제주체들이 투자와 소비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여 자유롭고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해당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가 차질을 빗고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지 않는 새로운 규제 법률안의 도입이 지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간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1,000조 원에 육박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위기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자금 유출입, 환율 변동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재정과 금융의 경기 촉진 기능을 높여야 한다. 최근 세계경제는 성장, 금융시장 등 경제의 지형이 달라지는 전환점에 서 있으며, 기존 위험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위험요인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성장과 고용의 회복세가 강하지 않으며,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시장 불안 요인 또한 커지고 있다. 주요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여전히 취약하고 금융시장의 문제 해결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14년 1월부터 채권매입 규모를 종전의 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의 자금 유출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기업투자 촉진 제도를 강화하여 중장기 성장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 지속은 외부 충격에 의한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위기다. 장기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IT와 융합된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여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자통신,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내실을 강화하고, 우리가 부족한 분야인 서비스산업 육성, 부품소재·화학 등 원천기술 개발 및 우수한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가정신 발현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업 투자를 일으키려면 좀 더 과감한 정부의 금융·세제상 지원이 필요하다. 공제율을 확대하고 공제대상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 이용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경기회복 지연 영향으로 세입여건의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복지수요 증가 등에 대비하여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복지관련 예산은 한 번 도입되면 없애기 힘들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늘어난 복지만큼 기꺼이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제도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재정지출 사업을 추진할 때 재원대책 마련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

지금 우리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아니면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회복을 이루느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경제 활성화와 중장기 성장기반 확충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yok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