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2조 달러 달성을 위한 과제

[경제시론] 2012-02-29 |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협상학회 회장 정인교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로 세계 통상환경이 어두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20%대를 유지하여,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5,000억 달러를 기록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의 팡파레를 울릴 수 있었고, 세계 7위 무역국가로 등극하면서 통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의 교역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몇 년안에 무역 2조 달러를 달성하고 미국·독일·중국·일본의 무역규모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아 무역 2조 달러는 고사하고 무역 1조 달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제위기로 선진국 기업들이 경영상 애로에 처해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어서 앞으로 몇 년 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몇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금년 양대 선거로 경쟁적 복지정책 우려

국내적으로 보면, 금년 한 해에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성장보다는 복지와 분배에 우선적인 입장을, 적극적인 통상정책보다는 무역보호주의를 강조하고, 반기업정서가 널리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활동을 규제하면서 고용창출을 주문하는 기현상이 널리 퍼질 것이고,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여건이 나은 외국을 투자지역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표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이면 정책효과가 없는 것으로 이미 판명되었더라도 다시 들고 나오게 될 것이다. 지난해 8·24 보선 및 10·26 서울시장 선거는 복지정책의 대결이었고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여당은 반값등록금에 이어 선거용으로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 수준에 비해 복지가 취약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복지정책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 경제의 지속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복지정책 논쟁은 재정적 측면에 대한 고려없이 표심몰이에 집중된 문제점이 있다.
약 7개월의 간격을 두고 치러질 총선과 대선은 경쟁적 복지포퓰리즘을 낳아 그 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금년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대선에서의 표몰이를 위해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총선에서의 복지공약을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리한 복지포퓰리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고, 이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FTA 활용 지원 강화 필요

국내 정치와는 달리, 통상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무역 2조 달러 달성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글로벌 FTA(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 정책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경제권인 칠레(2004년 이행), 싱가포르(2005), EFTA(2006), 아세안(2007)과의 FTA 이행으로 FTA 정책기반을 마련하고, 거대경제권인 인도(2010), EU(2011), 미국(2012)과의 FTA 체결로 세계경제의 60%와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금년에는 중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하고, 한중일 FTA 추진 논의도 활성화되고 있다.
FTA의 경제이익은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때 발생하는 것이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지원에 정부가 적극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FTA 활용률은 평균 20% 이하에 머물고 있으나, 선진국의 경우 7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원산지기준 충족 지원, 비즈니스모델 개발 등에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상생협력이 강조되면서 지나친 규제들이 도입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을 합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역량 제고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국제적인 통상규범을 위반하는 수준의 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상권을 제한하거나 업종진입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양적규제를 금지하는 WTO 통상규범과 배치된다. 무역 1조 달러, 세계 7대 무역국가가 다자규범을 위반하는 양적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름 아니다.

반기업정서 극복해야

우리나라 반기업정서는 압축성장과 관련되어 있다.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수립된 1960년대 초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으로 세계 100위 수준의 최빈국이었다.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문턱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내의 가용자원을 정책적으로 집중시켜 시대적 상황에 맞는 특정산업을 일으켰고, 대외통상 환경에 적응하면서 개혁과 개방정책을 적절하게 채택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세계적인 연구사례가 된 지 오래 되었고, 많은 개도국들이 ‘한국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경쟁적 외형확장·노동문제·빈부격차 문제 등을 잉태했고, 비정상적인 민주화 과정에서 대기업집단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재벌은 해체당했고, 글로벌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을 경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오늘날 국내 대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 재벌과 같은 위치에 있지도 않으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행의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투명성이 보장된 국제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국내기업들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정치권, 언론 및 시민단체들도 기업들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업의 국내 영업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미 의회 의원들의 면담 1순위가 기업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단체의 수장들도 국회의원을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진정으로 국민복지 증진을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무리한 복지를 주장하기보다는 복지재원 마련의 주역인 기업의 영업환경을 악화시키는 규제를 서둘러 풀어야 할 것이다.
무리한 복지포퓰리즘을 막는 길은 복지정책에 대한 일반국민, 유권자들이 올바른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될수 있다. 몇 년 후 우리 경제를 파탄낼 수 있는 무리한 공약에 휘둘리기보다는 각 정당의 공약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투표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복지포퓰리즘이 국민경제를 망친 사례와 복지정책과 경제의 지속성장이 병행된 사례들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투표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inkyo@inha.ac.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