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퇴직금제도, 기업연금으로 전환해야*

[보도자료] 2002-02-27 | 고용복지팀장 최성수

법정퇴직금제도, 기업연금으로 전환해야

(문의)고용복지팀장 최성수 (3771-0233,css@fki.or.kr)

전경련은 [법정퇴직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법정퇴직금제도의 주 기능인 실업기간중 생계보장과 퇴직후의 소득보장 기능이 이미 국민연금(1988년)과 고용보험(1995년)의 도입으로 그 실효성이 상실되었으나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법정퇴직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기업의 인력채용 운용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제도도입의 목적을 상실한 채 개별 기업의 경영성과 및 지불능력과는 무관하게 과도한 부담을 모든 기업들에게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법정퇴직금제도를 개별 기업의 경영성과 및 지불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하 내용을 요약한다.

법정퇴직금제도의 문제점

첫째, 법정퇴직금제도의 주 기능인 실업기간중 생계보장과 퇴직후의 소득보장 기능이 이미 국민연금(1988년)과 고용보험(1995년)의 도입으로 그 실효성이 상실되었으나, 퇴직금제도가 유지됨으로써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 퇴직금제도는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기업의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있다. 선(先)입직세대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급여와 경직적인 고용법규로 인하여 기업의 신규고용이 억제됨으로써, 기업 인력관리의 어려움은 물론 노동시장 신규진입세대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 산업구조 및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말미암아 고령 장기근속자의 생산성이 점차 하락하는 데 반하여, 연공서열적 임금구조와 퇴직시 최종3개월간의 임금수준에 연계되는 퇴직금제도는 오히려 장기근속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퇴직금 일시금지급 관행 및 높은 노동이동으로 인하여 퇴직금제도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퇴직금이 퇴직시마다 일시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노후소득보장을 위하여 재투자하거나 저축하는 대신에 퇴직당시의 생계비 또는 목돈수요에 소비한다.

넷째,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퇴직금제도로 인하여 우리 기업은 과도한 법정복지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기업은 퇴직금(근로자 월평균임금의 최소 8.33% 이상)과 국민연금(국민연금 보험료율 9% 중 사용자 부담분 4.5%)을 합해 근로자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월평균임금의 12.83%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더욱이 퇴직금은 근로자의 최종임금수준과 퇴직금누진율에 의하여 결정됨으로써, 임금인상과 연계되어 증가하는 기업의 누적퇴직금 부담은 기업경영의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정퇴직금제도의 개선

○ 기업연금제도로의 전환

제도도입의 목적을 상실한 채 개별 기업의 부담능력 및 경영성과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기업들에게 일률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강제하는 법정퇴직금제도를 개별 기업의 지불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기업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연금제도는 제도의 설계와 집행에 자율성과 융통성이 부여되어 있어 급여의 종류, 수급권자의 범위, 보험료 갹출형태 등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특성 및 지불능력에 맞는 융통성 있는 제도설계가 가능하다.

또한 법정퇴직금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하면,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안정화할 수 있으며, 퇴직시부터 국민연금 수급시까지의 가교연금(bridge pension)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 국민연금제도와의 연계

동시에 국민연금을 기초부문과 소득비례부문으로 이원화하여, 기업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비례부문과의 효율적 연계(적용제외방식: opt out)를 통한 다층소득보장체제 구축이 시급히 요구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에게 약속한 급여수준이 너무 높아,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18% 이상(월평균임금 대비)의 보험료 부담이 예상되며, 그럴 경우 퇴직금과 합하여 공·사연금에의 기여율(보험료율)이 최소한 27% 이상(월평균임금 대비)에 달한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제도를 이원화하여 기초연금과 보험수리적 균형에 입각한 완전적립형 소득비례연금을 분리운용하여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안정을 유지하면서, 국민연금의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분을 법정퇴직금제도의 전환을 통한 기업연금 등으로 보충하는 것이 국가 기업 근로자의 부담능력을 감안한 노후소득보장체제의 효과적인 구축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연금제도 도입방안

첫째, 기업연금제도는 기존의 경직적인 법정퇴직금제도와는 달리, 개별 기업의 경영성과와 지불능력이 반영되는 전형적인 기업복지제도로서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수급권의 안정적 보장을 위한 감독체계 구축에 한정되어야 한다.

둘째, 수혜근로자 확대를 위한 보험료의 적정화가 필수적이다. 현재의 법정퇴직금제도는 그 적용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으나 적용근로자가 전취업자의 약 30%에 불과하여, 근로자간 불형평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기업연금제도의 사용자 갹출률(보험료율)의 최저한도를 결정할 때, 현재의 법정퇴직금제도가 실제로는 일부 고소득 근로자들에게 한정됨으로써 대다수 근로자들의 기본권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 원인이 과도한 부과수준(월평균임금의 최소 8.33%이상)에 있다는 점을 제도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기업연금 수급권의 이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근로자들의 잦은 직장이동으로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적립금을 정년퇴직시까지 보전하기 위해서는 연금의 기업간 이동성(portability) 보장이 필수적이다

넷째, 기업연금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기업의 인센티브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퇴직금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사내에 적립하던 법정퇴직금충당금을 새로이 사외적립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에 상당하는 인센티브를 기업연금의 사용자 갹출률(보험료율) 결정에 반영하여야 한다.

다섯째, 기업연금 적립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 및 전문성 제고가 요구된다.

여섯째, 법정퇴직금제도의 기업연금제도로의 전환 및 국민연금제도와의 연계를 위해서는 현재 개별제도를 감독하는 관련 정부부처(노동부, 복지부, 재경부, 기획예산처, 금감원)들 사이의 긴밀한 정책조정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