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한국경제 재도약의 새로운 전기 만들 원년으로

[경제시론] 2008-01-09 |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황인학

우리 경제는 지난해 4.8%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나, 올해는 내수 회복세 개선 및 새 정부의 성장중시 정책 등에 힘입어 5%대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정책환경의 불확실성과 기업투자의 부진으로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2008년 세계경제는 고유가 지속,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미국경제의 둔화, 중국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그동안의 '저물가-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침체로 반전될 우려가 높다. 이처럼 금년도 대외여건은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새 정부의 기업가정신 진작 노력과 대폭적인 규제완화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기업투자가 좀 더 활성화되고,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여건 전망

2008년 세계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 등에 따른 미국, 일본, 유로지역 등 선진국 경제의 감속과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성장세가 다소 낮아질 것이다. IMF는 올해의 세계경제 성장률을 전년 5.2%보다 소폭 둔화된 4.8%로 전망하였다. 이 밖에 고유가 및 국제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도 올해 세계경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경제는 수출 호조, 설비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소비 둔화, 주택건설투자 감소세 지속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전년의 1.9%에 이어 1% 후반에 그칠 전망이다. 유로지역은 민간소비가 다소 회복되겠으나, 유로강세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2% 내외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주택투자 감소폭이 확대되고, 미국경제 감속의 영향 등으로 성장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경제는 과열억제 정책으로 투자 및 수출증가세가 소폭 둔화되겠으나, 소비가 견실하게 증가하면서 연간 10%대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물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상회하고 있으며, 기업 생산비도 인건비 및 에너지가격 상승, 환경비용 증가 등에 따라 상승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경기 둔화, 연준의 금리 인하, GDP 대비 5.5%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 및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으로 약세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진정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기조는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이나 최근 몇 년간 절상률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절상률은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2007년의 929원('07.1.2~12.28 일평균)보다 소폭 절상된 910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등 신흥 경제권의 견실한 수요와 산유국의 증산여력 제약, OPEC의 고유가 정책,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수급불안 요인, 달러화 약세에 따른 실물자산 투자 수요 등이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 전문기관들은 올해 대부분의 유종들이 전년대비 배럴당 5~10달러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美 캠브리지에너지 연구소(CERA)는 전년의 배럴당 68.3달러보다 7.8% 상승한 73.6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가격 또한 오름세를 지속하겠으나, 상승률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 광물가격은 경기둔화 우려와 재고 증가에 따른 수급여건 개선 등으로 동, 니켈, 아연 등 그간 급등했던 품목들을 중심으로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반면에, 곡물 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고 중국 등 개도국의 밀과 유제품 수요 증대, 바이오연료 수요 증대에 따른 여파로 곡물가격은 상승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경제 전망

대외환경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경제 여건은 낙관적인 전망이 강하다. 성장중시·친시장적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 북핵 리스크 감소 등에 힘입어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는 확대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둔화는 수출확대에 위협요인이 되겠지만 우리 기업의 수출지역 다변화와 제품경쟁력 향상 노력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실질GDP 성장률이 2007년 4.8%(추정치)보다 높은 5%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새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유류세, 부동산 보유세 등 조세부담 완화와 기업규제 완화를 통해 소비와 투자의 내수확대를 이끌어낼 경우 그 이상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가계부채와 금리인상이 마이너스 요인이 되겠지만 고용의 완만한 증가, 정부의 세제 개편 및 소비심리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히 회복되면서 지난 해 4.4%보다 높은 4%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7년 1~10월중 상용 근로자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6만 명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에 대해 통계청에서 조사한 소비자기대지수도 2007년 4월 이래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고 있음은 올해의 소비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착공 등 공공부문의 주도로 2%대 후반에서 3%대까지의 성장이 전망된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수준인 10만 가구를 이미 넘어서고 있으며, 각종 수요억제정책과 원가공개 등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분양제도로 인해 민간 주택부문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인위적인 수요 억제보다는 주택공급 확대 중심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시장이 제 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손질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건설투자는 금년도 전망치를 계속 수정할 여지가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설비투자도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간 7~8%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투자 활성화 의지가 워낙 강하여 앞으로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인을 위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필요한 제도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기업투자는 모든 전망기관의 당초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한편, 올해 수출증가율은 미국경제의 둔화, 중국의 긴축강화, 달러약세 지속, 국제 원자재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다변화, 비가격경쟁력 제고 등이 대외여건의 불리를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은 지속될 것이다. 반면에 수입증가율은 내수회복세, 원화절상, 원자재가격 강세 등에 힘입어 2007년 하반기에 이어 2008년에도 수출증가율을 상회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대부분의 민간경제연구소가 '98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상품수지의 흑자폭은 축소되는 반면, 국내 서비스 부문의 낮은 경쟁력과 원화절상에 따라 해외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소비자물가는 원자재가격 강세, 내수회복, 중국발 인플레이션 파급 등의 상승요인에 힘입어 3%대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며, 시장금리는 내수회복세에 따른 자금수요가 더해지면서 전년보다 0.8% 높은 6.5%에 이를 전망이다.

새 정부에의 정책제언

제17대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하는 경제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새 정부는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연평균 7% 성장과 총 3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의 틀을 잡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며, 또 그리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성장잠재력이 계속 하강하고 대외여건은 상대적으로 악화되는 추세에서 재정에 추가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국내외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유도뿐이다.
따라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첫째, 경제인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원리에 배치되는 경제정책은 재정비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었고 경제체제에 대한 불확실성마저 증폭시키는 정책혼란으로 인해 기업가정신이 크게 약화되었다. 경제는 심리와 기대에 크게 영향 받는 만큼 새 정부는 경제인들이 확신을 갖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특히 성공한 기업과 기업인을 제대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앞장서 조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에서조차도 '기업이 곧 경제'라는 인식하에 반기업정서의 완화와 기업가정신의 고취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사례를 벤치마킹해도 좋을 것이다.
둘째, 개방경쟁시대에 맞지 않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차별적인 규제들을 이제는 정비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출총제 및 지주회사 행위제한, 수도권집중 억제, 금산분리와 같은 핵심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하거나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규제시스템을 지금과 같이 '원칙 금지-예외 허용'인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다 보니 규제내용이 시장의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여 신기술·신산업의 출현을 막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미 우리와 FTA를 체결한 미국에서와 같이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원칙 허용-예외 금지'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월 전경련이 국무총리실에 건의한 규제개혁 과제(폐지 516건, 개선 1,148건 등 총 1,664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여 규제의 품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법치주의를 확고히 정착시키고 노사관계 또한 선진화시켜야 한다.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경제행위를 자유로이 할 수 없는 만큼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다스리고, 국부창출의 원천인 산업현장을 불법·폭력 파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2005년 기준으로 불법·폭력 시위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12조 3,190억 원에, GDP의 1.53%에 이른다고 한다. 개략적으로 환산하면, 매년 9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불법·폭력 시위에 따른 거래비용 발생으로 사라지고 있으니,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법의 지배'는 반드시 확립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정책은 지양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특수형태종사자 보호법, 연령차별 금지 등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정책의 추진을 재고하고,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허용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위한 노사관련 규제의 전면 재정비도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져도 기업은 경영상의 긴박한 경우가 아니면 인력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수시 구조조정은 회사내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사기를 떨어뜨려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재취업시장이 아직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해당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에 대한 저항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신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R&D투자 관련 세제 유인을 확대하는 등 민간의 기술혁신노력을 촉진하는 한편, 기술은 자본설비에 체화되어 진화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설비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2008년도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아직 그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어 올해 기업 투자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적용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빠른 시간 내에 확정하고, 매년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서비스 산업은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크고, 아직 GDP대비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발전 여지가 매우 큰 산업이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 교육, 의료, 관광 등을 산업으로 보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차별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경제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 한미 FTA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타결되었지만 세계 최대 시장에의 접근성을 높여 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국보다 앞서 국내 비준절차를 마무리하는 선제적인 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밖에도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세계시장 확보를 위해 EU, 중국, 일본 등 거대 경제권은 물론, 인도 등 신흥 수출국과도 FTA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08년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매우 뜻깊은 해이다. 올해는 그동안 훼손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구축하여 선진국 진입의 초석을 놓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경제인들도 새 정부와 합심 협력하여 투자확대 및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1월호 [신년기획 초첨]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