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규제개혁 추진방향

[경제시론]
2012-10-10 | 전경련 산업본부 규제개혁팀장 정봉호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형 선박블럭 운송에 지장을 주던 전라남도 대불공단 ‘전봇대’를 이틀 만에 철거할 때만 해도 경제계가 현 정부에 거는 불합리한 기업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는 참으로 컸다. 그러나 지난 해 하반기 이후 노골화된 경제민주화 명분의 각종 기업규제 강화정책이 난무하는 지금, 정치권과 정부의 기업규제 개혁 의지는 완전히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현 정부 규제개혁의 공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부진한 내수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기존 규제 중 연내 개선이 가능한 과제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마무리할 시점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 되고만 현 정부의 규제개혁

    현 정부는 출범 초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대대적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수도권 규제완화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했고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권 하반기에는 표심을 얻기 위한 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감세,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철회했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준법지원인제, 협력이익배분제 등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대거 도입했다.
    또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유해시설이 없는 특급호텔에 대한 학교환경정화구역 내 입지 허용, 환경규제로 막힌 수도권 공장 증설을 위한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률의 법제화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되었다. 이로 인해 정권 초기 높았던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와 만족도는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했다.


    국회와 정부에 바라는 20대 핵심 규제개혁과제 제시

    이러한 규제개혁 여건 속에서 전경련은 9월초 금년도 내수경기 진작,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률개선과제 10선, 하위 법령 개선과제 10선 등 총 207건의 규제개혁과제를 발굴하여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다.
    우선, 국회에 건의한 법률 제·개정 과제로 ①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에 대한 학교주변 입지 허용을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 ② 보험회사, 설계인 등의 외국인 환자 유치에 필요한 의료법 개정 ③ 규제형평제도 도입을 위한 법 제정 등 10대 규제개혁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번에 전경련이 국회에 직접 과제를 제출한 것은 이들 과제가 18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정치권의 의견 대립으로 임기만료 폐기되었거나 시급하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와 관광 분야는 의료관광을 포함한 해외관광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인해 관련기업들이 몇 년째 신규 사업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선사항 위주로 규제개혁과제를 제시하였다. 특히 ① 해외여행객 면세한도 및 구매한도 상향 조정 ②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불법 건축물이 된 LPG 충전소 증·개축 허용 ③ 수도권정비계획 고시 이전 설치 공장에 대한 증설 허용 등 10개 과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중 해외여행객에 대한 면세한도 상향조정 요청은 국민소득과 소비자물가가 60% 이상 상승(1996~2010)하는 동안 17년째 바뀌지 않은 면세한도(해외 여행객 1인당 관세면세금액 400달러 이하를 1,000달러 이하로 상향)를 현실화하여 소비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이다.
    12.1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이번에 전경련이 연내 관련법령 제·개정을 촉구한 20대 핵심 규제개혁과제가 반드시 개선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해 본다. 규제개혁은 돈이 안 드는 경제활성화 대책으로서 비효율적인 규제와 제도가 개선될 경우 실질 GDP 상승과 고용창출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무상복지 등 선심성 공약과 기업 때리기 법률안이 무차별적으로 발의되는 지금,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를 기대한다.


    (jb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