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국회 비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경제시론] 2011-08-18 | 전경련 국제본부 동북아팀장 홍성일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처리하자는 입장과 재재협상을 한 후에 국회에서 논의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측면의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만 따져보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FTA는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우리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대중국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비준에 대한 입장은 지난해 말 타결된 추가협상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한 쪽은 지난해 말 추가협상으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졌으니, 재재협상을 통해 다시 이익 균형을 맞춘 후에 국회 비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 쪽은 추가협상에서 우리 이익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우리가 얻은 부문도 있고, 전반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맞추었으니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난해의 추가협상은 자동차부문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 대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자동차분야에서 다소 양보한 반면, 양돈업계와 중소 제약업계를 위한 추가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이 자동차, 돼지고기, 의약품 등 3개 분야의 추가협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무역수지가 573억 원 감소하는 반면, 돼지고기 국내생산 감소는 원협정보다 70억 정도 줄어들고, 의약품 매출손실액도 44억~97억 원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연간 406억~ 459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협상은 빈사상태의 한·미 FTA 회생시키는 계기로 작용

종합적으로 볼 때, 추가협상으로 우리가 다소 양보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추가협상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난 2007년 협상이 타결되고도 미국측의 우려로 인해 빈사상태에 있던 한·미 FTA를 회생시켰다는 점이다. 우리의 연간 대미 수출은 500억 달러에 달하고, FTA 발효 시 미국측이 즉시 철폐하는 품목만도 87.2%, 금액으로는 45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FTA 비준 지연으로 인해 발생할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점이다.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은 그동안 불확실했던 미 의회의 비준 동의 가능성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를 실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일본·중국 등 이웃나라 언론들은 한·미 FTA로 인해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자국 기업들보다 유리한 여건에서 경쟁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말 추가협상이 타결되자, “한국은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평가하였고, 일본 기업들은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미 FTA가 2007년 체결 후 4년 간 표류하였던 점과 이후 한국과 미국의 정치일정 등을 감안할 때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하면, 한·미 FTA 실현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한·미 FTA가 비준이 안 될 경우 우리가 잃을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에 앞서 우리 기업이 미국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될 뿐 아니라,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싱가포르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와 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효시기

미국과 FTA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언제 하느냐는 시기의 문제다. 다른 경쟁국가 보다 얼마나 빨리 우리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낮춤으로써 우리 기업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시장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발효시기의 중요성은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의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이전인 2003년 3%에 불과하던 칠레 수입시장에서의 한국제품 점유율은 FTA 발효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7에는 7%대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2006년과 2007년 칠레와 FTA를 체결한 이후 선점효과가 다소 반감됨으로써 점유율도 5%대로 주저앉았다. 따라서 어떤 나라와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효시기라고 하겠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우리 기업도 많아지고 제품도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는 대칠레 수출을 3배 이상 늘리고, 교역량도 2배 가까이 증대시켰다. 칠레시장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에 거래되지 않던 새로운 품목이 수출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칠레시장에 새롭게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한·미 FTA도 대미 수출품목의 폭을 넓히고, 수출기업을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44개 나라와 FTA로 이어지는 FTA 글로벌 허브로 발돋움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부문도 많다. 우리 기업 스스로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 FTA 협상이 마무리된 게 2007년이니까 벌써 4년이나 발효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추가협상이란 문제도 생겼지만, 다행히 지난해 말에는 모든 게 완료되었다. 이제 양국 국회의 비준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국 의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고 9월 초엔 통과될 거란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 4,650억 달러, 무역흑자 410억 달러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였다. 올해는 수출 5,000억 달러,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상된다. FTA는 우리 기업이 상대국 시장을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공략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미 타결된 미국과의 FTA가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