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 신중한 검토 필요

[경제시론] 2015-05-06 | 한국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추광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침체되고 장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같은 저성장 기조의 예외는 아니어서,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론은 노동소득 분배율 확대와 최저임금의 인상 등 소득분배의 불평등 완화와 연결되면서 논의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게 되면, 그중 일부는 생산활동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본을 투자한 자본가들에게 분배하고, 나머지는 기업내부에 유보시켜 다시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동안,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주요 동인(動因) 중의 하나가 이 같은 기업의 투자라고 보아 왔기 때문에, 저축과 기업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저축과 이윤 유보를 통해 충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것이다.

반면, 소득주도 성장론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인상시킴으로써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가동률 확대와 신규 투자를 촉진하게 되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wage-led economic growth). 앞에서 이야기한 유보 이윤 확대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자는 이윤주도 성장론(profit-led economic growth)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나아가, 개방경제체제의 경우, 임금 인상은 생산비용을 올리고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므로, 오히려 임금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비용 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자는 수출주도 성장론(export-led economic growth)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득주도 성장 이론을 우리나라 경제에 적용하기에는 몇가지 난점이 있다.

무엇보다,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로 이어질 지가 분명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노후 대비 등을 이유로 소비지출 증가율과 평균소비성향은 계속해서 감소추세에 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부터 2013년까지를 보면 가계의 소득은 31.6% 증가한 반면, 가계의 소비지출은 2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조세, 연금, 사회보장 지출 등 비소비지출은 36.9% 늘었으며, 대출 상환 등 부채감소를 위한 지출을 포함하는 기타 지출도 47.2%나 증가하였다. 즉, 소득 증가가 바로 소비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소득의 증가가 투자의 확대로 연결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임금을 올려서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재고가 소진되어 기업의 가동률이 오르고 이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늘림으로써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인데, 이 같은 연결고리는 분명하지도 않고 또 상당한 기간을 요한다. 반면, 임금의 인상은 당장 기업의 비용 부담 가중과 경쟁력 하락을 가져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아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비용 경쟁력 약화는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임금인상은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고 저임금이 가능한 해외공장 생산을 늘리게 되어, 국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면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