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집단소송·단체소송 도입에 강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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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2005-11-14 |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팀장, 박재근 차장
경제계, 집단소송·단체소송 도입에 강력 반대
- 소송제기만으로 관련업종에 직격타
- 인터넷대란(03년)에 집단소송 허용했다면 소송가액 5,286억원에 달해
- 商議 등 5단체, 국회 재경위·보건복지위 등에 공동건의서 제출
최근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와 말라카이트그린 생선 문제로 관련산업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정부나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법률안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경제계가 관련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중기협, 전경련, 경총, 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최근 국회 재경위, 보건복지위,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60명에게 단체소송 및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내고 국회에서 소비자보호법안 등 관련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손익을 따져 신중하게 입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계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우발적 사태나 검증하기 힘든 유해성 시비에 기업들이 휘말려 공신력 있는 회사들도 한순간에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참여연대는 2003년 1월 발생한 인터넷대란을 이유로 인터넷가입자 1,586명을 대표하여 6개 인터넷서비스업체를 상대로 1인당 5만원씩 약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만약 이 사건에 집단소송제가 적용될 경우 소송참가자는 국민 4명당 1명꼴인 1,057만여명, 소송가액은 무려 5,286억원을 넘게 된다.
인터넷대란 관련 공동소송과 집단소송 비교
구 분
소송참가자 (A)
1인당 청구액(B)
소송가액(A*B)
참여연대 공동소송
1,586명
50,000원
7,930만원
집단소송 (가상)
10,572,634명*
50,000원
5,286억3,170만원
* 03년 1월 당시 인터넷 가입자 수
또 얼마전 법원은 2004년 3월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마비사태로 고립됐던 피해자 56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30~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 사건도 집단소송이 허용됐다면 도로공사는 당시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에게 총 80억원 가량을 배상하게 된다.
이처럼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는 소비자·식품 등의 분야에 이들 제도를 도입하려는 7개의 법률안이 제출되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집단소송·단체소송 도입 법률안 현황
법률안
대표발의자
주요 내용
소비자보호법안
정 부
- 소비자 단체소송 도입
박영선 의원(열린우리)
- 上同 (단, 소송제기요건 더욱 완화)
이상민 의원(열린우리)
- 소비자 집단소송 도입
심상정 의원(민주노동)
- 소비자 집단소송 및 대표단체소송 도입
식품안전기본법안
고경화 의원(한나라)
- 식품 집단소송 도입
김선미 의원(열린우리)
- 上同
집단소송법률안
최재천 의원(열린우리)
- 모든 분야에 집단소송 도입
경제계는 집단소송의 경우 본질적으로 금전적 배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제도가 일단 도입되기만 하면 일부 변호사를 중심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기 위한 악의적 소송이 남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집단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기업을 소송사냥감으로 삼고 있는 전문변호사(Shark Lawyer)에 의해 집단소송이 주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9년 이후 변호사가 대폭 늘어나고 있어[3,991명(‘98) → 7,678명(’05)] 집단소송 전문변호사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집단소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단 소송에 휘말린 기업은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매출급감, 신용하락 등의 피해를 입게 되고 진실이 밝혀져도 손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는 1989년 일어난 우지라면 사건으로 당시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던 S社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지금도 시장점유율이 16%에 불과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지난해 6월 소위 ‘불량만두 사건’에서 대부분의 만두업체는 나중에 무혐의로 판명되었지만 당시 만두업계의 매출이 급락해 일부 업체가 파산하고 회사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파동을 겪은 바 있다.
경제계는 향후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새집증후군, 조망권 침해, 이동통신 요금 등 거의 모든 산업과 기업이 집단소송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불량식품을 미끼로 식파라치들이 소송 위협에 나서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이상돈 교수(중앙대)는 최근 대한상의가 발간한 『미국의 집단소송제 운영 실태와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실리콘젤 소송, 석면소송, 담배소송 등으로 악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돼 opt-in 시스템1)을 opt-out 시스템2)으로 변경한 후부터라면서 미국에서도 이를 되돌리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집단소송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 민사소송법상의 선정당사자제도로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이를 충분히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5단체는 정부와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소비자보호법안의 소비자단체소송에 대해서도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불필요한 제도라면서 도입에 반대했다.
단체소송은 소비자단체가 기업의 위법행위를 중지·금지하도록 법원에 요청하는 것인데 이런 목적이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감독기관에 고발함으로써 신속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계는 단체소송이 일단 도입되면 각 소비자단체가 이를 주요 활동분야로 정하여 기업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집단분쟁조정제도’에 대해서는 조건부찬성의견을 내놓았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다수가 관련된 분쟁을 일괄 조정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법안의 내용이 사실상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를 소비자보호원 등 공신력 있는 단체로 제한하고 ▲해당 기업이 여론재판에 노출되지 않도록 분쟁조정을 신문 등을 통해 공고할 수 없도록 하며 ▲미리 정해진 당사자에 대해서만 분쟁조정을 하도록 하고 ▲조정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작성토록 한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는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도 축산업계와 음식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우리의 사회풍토에서 일단 소송에 휘말리는 순간 기업의 생명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도 충분히 다수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산업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는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을 성급히 도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