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복을 위해 대기업규제는 撤回해야

[경제시론] 2004-05-22 | 양금승 양금승

투자회복을 위해 대기업규제는 撤回해야

‘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증가율은 3%대로 축소되고, 설비투자규모는 8년째 답보상태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국제유가 급등, 중국쇼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수출감소의 우려마저 제기되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어 투자주체인 기업으로서는 투자를 꺼리게 되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이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시장개혁3개년로드맵’에 따라 대기업총수의 전횡을 막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출자총액규제의 유지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축소, 계좌추적권의 재도입 등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추진중에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공정위의 대기업규제 강화시책은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살리기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해 왔으나, 기업들로서는 투자를 저해하는 대기업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 침체된 경제회복이 절실한 국내상황에서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그리고 국내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세계 유수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업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재고되는 것이 마땅하다.
첫째, 기업의 신규투자를 저해하는 출자총액규제는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대기업들은 현금보유 등 투자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출자규제등 제도적 요인에 의해 활발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출자총액규제와 같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로 국내 우량기업들이 생산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보수적인 경영에 안주하게 될 경우, 10년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 국민을 먹여살릴 우량기업의 출현’이 어려울 것이다. 특히, 출자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기업이 출자규제를 받는 국내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추가 출자여력이 없는 기업집단은 계열사를 포기해야 하며, ‘05년 1월부터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는 등 내외부견제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이상으로 마련되어 기업에 대한 시장의 사후감시기능이 작동할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03년말 현재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은 49.6%(‘02년말 45.1%에서 4.5% 포인트 상승)이며, 전체 상장사의 10%가 외국인이 최대주주이다. 이와 같이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주)SK에 대한 소버린의 지분경쟁, 영국펀드인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최대주주 지위 점유사례 등에서 나타났듯이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으므로 국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축소는 철회되어야 한다.
특히, 공정위안대로 의결권 행사한도를 대폭 축소할 경우 국내외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더욱 빈발하게 되고, 진취적 투자와 창조적 경영에 사용되어야 할 경영자원과 자금이 경영권 방어 및 단기적 수익개선과 배당 등에 집중됨으로써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성장잠재력의 약화가 우려된다.
셋째,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재도입은 명분과 실익이 없으므로 철회되어야 한다.
우선 부당내부거래가 사실상 근절되어 일몰규정(sunset clause)에 의해 폐지된 규제를 재도입할 명분이 없다. 공정위는 현행법상 내부거래조사를 위한 현장조사권, 자료제출요구권, 영치권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은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성 거래는 세법과 금융관련법에서 이미 금지하고 있으며, 명백한 불법행위 조사에만 허용되는 금융실명제 예외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실제로 계좌추적권을 발동해서 적발한 부당내부거래도 실제지원액은 극히 미미(‘99년 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시 13회의 계좌추적권을 발동하여 적발한 부당지원규모는 전체의 4.9%에 불과)하므로 계좌추적권을 재도입할 실효성이 미약하다.♧

양금승/전경련 기업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