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의 SK 임시주총 개최요구를 계기로 외국자본의 실체 드러나

[경제시론]
2004-11-19 | 기업정책팀 팀장 양금승

    1,768억원의 소버린자산운용(이하 ''소버린'')이 50조원 규모인 SK그룹의 경영권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소버린이 SK 최태원 회장을 겨냥한 정관변경 목적의 임시주총을 SK(주)에 요구하였으나, SK(주)의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지난 11월 9일 임시주총 소집허가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
    이러한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의 표대결을 앞두고 소버린이 다급해졌다는 의미이다. 금년초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소버린으로서는 내년 3월이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근 이사회 중심경영 등 선진적 기업지배구조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앞세운 SK(주)에 대해 꼬투리를 잡을 명분이 약해지자 해묵은 이슈들을 총동원하여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4월 소버린이 SK(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작된 SK(주)에 대한 적대적 M&A의 시도과정에서 정체가 불명했던 소버린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일반국민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우선, 이번 SK(주)의 사외이사들이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요구를 거부한 결정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SK(주)이사회는 소버린이 제기한 이사자격에 대한 정관 개정요구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미 부결된 안건을 3년 이내에 다시 상정하는 것으로 현행 증권거래법상(법 제191조의14,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주주권 행사의 남용에 해당되며, 정기주총을 몇 개월 정도 앞두고 급박하게 임시주총을 열어야 하는 이유 또한 불분명하다. 아울러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에 대해 형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 직무를 정지시키는 내용은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사외이사들의 현명한 판단은 SK(주)가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사외이사 비율을 국내 민간기업의 최고수준인 70%로 확대하는 등 그동안 투명경영을 위해 애쓴 결과라고 본다.
    둘째, 최근 몇년 사이에 국내 우량기업의 주식지분을 높인 외국계 펀드들의 경영간섭은 국제적 상식과 관례를 뛰어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국내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 없다.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규제의 현행 유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한도의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11월 18일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국회정무위원회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 우량기업은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되었으며, 국내기업의 손발을 꽁꽁 묶는 격이다. 그나마 허용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깨어진 형편이다.
    이와 별도로 일부 여야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표적인 정책 엇박자로 정책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설령 경영권 방어 관련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정관변경은 상법상 특별결의(발행주식 1/3이상 출석, 출석주주 2/3이상 찬성)가 필요하므로 주요 국내기업들의 외국자본비율이 절반이상인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채택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死後藥方文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소버린이 당초 밝힌 바와 같이 SK그룹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기업가치를 높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주장은 虛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유치를 강조하여 국내기업을 오히려 역차별하는 한편, 외국자본에 대해 매우 관대한 정책을 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은 합작형태의 실물투자를 통해 우리경제에 기여하는 측면도 일부 있지만, 투기성 외국자본이 가져오는 국가적인 폐해에 대해서는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공정위와 일부 시민단체 교수들을 중심으로 외국자본은 구조조정 펀드가 아니고 포트폴리오성 투자펀드로 적대적 M&A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펀드의 성격 여하를 막론하고 외국자본의 궁극적인 목적은 高配當과 자본의 早期回收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일부 투기성 자금은 과도한 현금배당 요구와 주요 자산의 처분 등을 통한 유상감자로 투자금의 회수를 시도하는 사례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버린과 의결권 분쟁을 벌린 SK(주)는 ‘03년도 당기 순이익이 151억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장부상 평가차익을 토대로 배당총액은 961억원으로 636%의 배당성향을 보여 우리기업들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고스란히 외국자본에 넘겨주는 전형적인 國富流出에 해당한다. 이번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요구도 사실상 높은 배당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임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앞으로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과 관련한 법원의 최종판결에 있어서도 국익차원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