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의미, 영향 및 대응

[경제시론] 2009-11-09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정영식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올해 9월 초 1,250원 선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15일 1,155원까지 떨어졌다. 비슷한 기간 원/100엔 환율은 1,355원에서 1,275원으로, 원/유로 환율도 1,792원에서 1,726원으로 하락했다.
원화는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즉,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 초와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달러당 1,155원은 3월 2일 1,570원에 비하면 40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풀린 막대한 달러화 유동성과 미국의 초저금리가 맞물려 달러 캐리 트레이드(싼 이자의 달러화를 빌려 달러화 이외의 고수익자산에 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를 SDR(IMF의 특별인출권)로 바꾸자는 국제사회의 기축통화 대체논의 등 달러화의 신인도 하락도 달러화 약세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요인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가세하고 있다. 경상거래에서 무역수지 흑자로 대규모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액은 282억 달러, 9월 무역수지 47억 달러까지 합치면 벌써 32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자본거래에서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크게 유입되었다. 8월까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은 319억 달러를 기록했다. 9월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 40억 달러를 합칠 경우 350억 달러를 넘었다. 여기에다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 기대감, 한반도 리스크 완화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제고된 점도 추가적인 이유다. 최근 한국 증시가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고,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까지 나타난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더욱 구체적으로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 사태(2008년 9월 15일) 이전으로 회귀하는 측면이 강하다. 달러화 가치 측면에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안전통화 선호현상 때문이었다. 올해 3월 이후 국제금융 불안지표들이 안정세로 반전되었다.
대표적인 금융불안지표인 VIX(volatility index)가 올해 10월 23일 22.3으로 지난해 리먼 사태 직전(9월 12일)의 25.7을 하회하고 있다. 즉, 세계 금융불안이 해소되면서 기존의 안전통화 선호현상, 다시 말해 과도하게 형성되었던 기축통화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달러화 가치도 리먼 사태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주요 금융지표도 대부분 지난해 리먼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였다.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1,600포인트대로 당시의 1,477포인트를 크게 넘어섰고,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최근 91.3으로 당시의 158bp보다 크게 낮아졌다. 즉, 지금까지의 원화 강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던 부분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앞으로 원화 강세, 특히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나타난다면 그 의미와 한국경제에 주는 충격은 지금까지 나타난 원화 강세와 다르다. 왜냐하면 향후의 국내외 여건이 2005~2007년에 나타난 원화 강세기의 국내외 상황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난 2005~ 2007년과 같이 900원대까지 하락하지 않더라도 한국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거 원화 강세기에는 세계경제가 신흥시장과 선진국의 동반성장이라는 호황기를 구가한 반면, 향후에는 당분간 저성장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한, 당시에는 자산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내수경기도 호조세를 보인 반면, 최근에는 높은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기반이 과거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펴기도 어렵다. 현재에도 한국은 높은 자산가격, 재정수지 적자문제, 매우 낮은 기준금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가와 시장 실제금리도 한국경제의 부담요인이다. 유가와 시장 금리는 2005~2007년의 원화 강세기에 비해 이미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는 과거 원화 강세기에 비해 더욱 심해졌다. 2008년 국내총생산 대비 대외부문(수입+수출) 비율은 90.5%로 2005~ 2007년의 60%대에 비해 2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과거 원화 강세기에 비해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고,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원화 강세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경제의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향후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예상된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달러화 공급우위 기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반복되고 있는 외환시장의 쏠림현상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를 막기 위해서는 외환 당국의 다각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우선, 국내 외화수급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 공기업, 금융회사를 통한 달러화 공급 및 수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던 외채 축소를 유도해 수급조절과 함께 외환건전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내 핫머니에 대한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내 증시에 유입된 헤지펀드, 핫머니성 자금이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우선, 향후 전개될 원화 강세 상황이 과거 원화 강세기에 비해 불리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에 경영합리화와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으로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부상하는 신흥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원화 강세를 타개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미국을 추월한 BRICs의 경제규모가 2010년에는 세계경제의 4분의 1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serijys@s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