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기업인 형사처벌 실태조사 결과

[경제시론] 2003-12-01 | 손훈정 손훈정

행정ㆍ사법적 제재보다 사전 지도ㆍ예방 중심의 행정규제 개편 필요

- 안산지역 기업인 대상 형사처벌 실태조사 결과 -

본회가 안산지역 공단 소재 종업원수 5인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주의 형사처벌 실태를 조사한 것은, 현재 산업 공동화와 경제 양극화 등으로 경제가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상 규제완화 작업에 별다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립금속, 화학, 섬유염색, 도금 등 영세 중소업체들이 밀집한 이 지역의 기업주 열 명 중 한 명은 흔히 말해 ‘전과자’다. 그러나, 전과자라 하면 흔히 중벌을 저지른 범법자를 연상하지만, 이들은 주로 환경법이나 산업안전위반 위반, 불법외국인노동자 고용 등의 사유로 벌금이나 징역 같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처벌 내용면에서 봤을 때, 정부의 행정규제와 단속 수준이 너무 높아 중소기업주들이 비용면에서 이를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 행정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업 현실여건상 이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사에 응답한 기업인들은 현행 사법적 제재나 행정처벌 등의 사후적인 규제보다 사전에 지도ㆍ예방하는 형태로 행정규제를 개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1995년 이후 최근까지 형사처벌 경험이 있는 업체수는 678개사 중에 10.5%인 71개사에 달했고 이중 형사처벌 경험이 2회 이상인 업체수도 24개사(33.8%)로 나타났다. 이들 71개사가 구체적 처벌내용을 밝힌 97건의 사례 대부분이 벌금형이며, 이중 징역도 6건에 달했다. 벌금형 91건의 경우, 환경관련 법규 위반이 64건(70.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산업안전관련 법규위반이 9건(9.9%), 불법외국인근로자 고용이 5건(5.5%)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형사처벌 사유로, 중요한 위반사항 보다는 ‘폐수배출시설 일지 미작성’, ‘대기배출시설 가동개시 미신고’처럼 행정신고 절차를 미처 따르지 못해 처벌받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도금업체들이 모여있는 도금단지의 경우 업체가 별도로 배출시설을 설치ㆍ관리하기도 하고, 따로 오폐수 정화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위탁업체에 일괄 의뢰하고 있으나, 이들 위탁업체의 관리 소홀로 행정단속에 적발될 경우 기업주가 행정처벌을 받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신이 받은 형사처벌이 타당한지의 여부에 대해 응답자 71명중 38명인 53.5%가 ‘부당한 처벌’이라고 답했고, 처벌에 수긍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3.7%인 31명으로 나타났다. 처벌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구체적 사유로 응답자 55명중 29.1%에 해당하는 16명이 ‘처벌 전 사전 예방ㆍ감독기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제일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해, 영세 중소기업인 입장에서 정부의 행정관련 법규를 명확히 숙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형사처벌로 기업주가 입은 가장 큰 피해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전과기록이 남는 개인적 피해도 크지만, 무엇보다 기업경영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거나 경영활동에 전력할 수 없는 점을 가장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58명중 37.9%인 22명이 ‘기업 경영의욕 상실 및 자신감 위축’을 가장 큰 피해라고 답했고, 17.2%에 해당하는 10명은 ‘정신적ㆍ시간적으로 경영활동에 몰두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응답자 654명중 83.5%에 달하는 546명이 규제ㆍ처벌수준 완화를 개선방안으로 지적했으며, 그 구체적 방안으로, [1위] 정부 규제수준을 기업 현실에 맞게 낮춰야 한다(37.5%), [2위] 처벌 전에 사전 예방ㆍ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23.1%), [3위] 행정규제의 타당성을 기업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14.1%), [4위] 중복규제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8.9%) 순으로 응답했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흔히 자조적인 말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다니는 듯 하다.”고 한다. 법률조항의 모호성과 막연함, 과도한 행정규제 등으로 항시 형사처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은 다른 한편으로 봤을 때, 기업인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을 예방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무엇보다 행정규제가 현실성 있게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영세 중소업체들도 행정규제의 취지와 목적을 명확히 파악하고 마땅히 이 기준에 따를 수 있어야 정부 행정규제의 신뢰성도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