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거래규제의 문제점과 기업집단의 효율성

[경제시론] 2011-11-08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현종

2011년9월 7일, 상증세 부과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거래비율이 일정수준을 넘는 경우 과세토록 하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내부지분율이 30% 이상이고 지배주주·친족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의 매출에서 기업집단 내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할 경우 내부거래비율과 지분율에 비례하여 상증세를 부과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일률적으로 증여성 거래로 보는 것으로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법개정안은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를‘시가와 대가의 차이’혹은‘주가의 평가가액의 차액’으로 인식하여 거래비율 30%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비율 0~30%는 증여목적이 없는 것이며,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게 되면 증여목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는 증여목적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거래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있으며 이러한 효율성을 목적으로 기업집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간 거래비율에 따라 증여를 판단하거나 비례하여 과세하는 것은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근본이유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에 근거

기업집단이 계열사를 설립·인수하여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효율성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집단 형성유인의 본질로서, 기업집단이 출자관계를 형성하여 계열사화시키는 것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전략적 목표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지분투자인 포트폴리오 투자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안정적 거래를 통해 계열사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며, 그러한 혜택은 계열사별\시간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계열사 전체에 혜택을 주는 전략이다. 또한 시장에 의해 달성되기 어려운 거래를 내부화시키기 위해 기업집단 내부로 계열화시키는 것으로서 이러한 이유로 계열회사로 인수되기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등 경쟁상의 침해 여부를 경쟁담당부처로부터 검토받고 있다.

기업집단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ⅰ) 거래정지(Hold-up)의 예방, ⅱ) 생산-디자인 협조, ⅲ) 정보유출의 방지, ⅳ) 예측성 향상과 장기적 거래관계 확보 등의 효과가 나타나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기업집단 차원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기업집단 내부에서 자본시장, 노동시장, 생산요소시장, 기술시장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결합 기업의 다각화를 통해 사업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불안정성을 축소시키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투자감소의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다각화 사업을 통해 위험을 분산·회피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기업집단이 사업부서가 아닌 계열사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수익투명성, 고용규제 및 경쟁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기업집단이 기존 기업의 사업부 형태가 아니라 별도법인인 계열사로 분사시키고 있는 이유는 사업부 형태로는 수익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용규제로 인해 성패에 따른 사업부서의 폐지결정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민영화·공기업 기업집단에서도 발생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와 MRO 업체를 기업집단 내 계열사로 두는 목적도 전술한 바와 같이 계열화를 통해 계열사 간 거래가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기업집단은 시스템통합(SI) 업체를 계열사화시킴으로써 ⅰ) 기업집단 차원의 통제권 상실 방지, ⅱ) 특성에 적합한 인사시스템 등 프로그램 디자인, ⅲ) 종속성(lockin)문제의 방지, ⅳ) 통합전산시스템의 교체비용 절감 등을 달성할 수 있다. MRO 업체는 구매대행기능을 통해 계열사의 생산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협력회사와의 관계가 공고해야 한다. MRO 기업의 경우,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률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 유통차원을 넘어 물류·유통 프로세스의 개선 강화가 중요하며, 따라서 협력사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상호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러한 효율성으로 인해 시스템통합(SI) 업체와 MRO 업체는 총수(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집단에서만 계열사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제조부문 이외에 외국의 경우 의료부문에서도 의료기관이 지분투자한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서비스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MSO란 의료기관의 지분참여로 설립된 회사로서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컨설팅 등 의료행위가 아닌 병원경영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지칭하는데, 미국 의료기관들은 보험회사의 요금인하 요구 등에 직면하면서 기존부터 운영하던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MSO로 발전시켰으며, 현재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뿐 아니라 의료종사자를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MSO는 허용되지 않고 있으나, 의료기관에 따라서는 구매전문기업 및 의료전산전문기업에 출자하여 안정적인 거래의 확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증진시킨 사례도 있다.

효율적 계열사 간 거래를 제약할 경우 기업집단의 성과를 악화시킬 우려

시스템통합(SI) 계열사나 MRO 계열사는 기업집단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으며 계열사 간 거래규모는 기업집단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기여도에 따라 결정된다.

1970년대 종합무역상사는 기업집단 계열사들의 수출대행기능을 담당했기 때문에 계열사 거래규모가 컸으나,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별 독자적 수출체제의 효율성이 증대되어 기업집단 내 계열사와의 거래규모가 축소됐다. 시스템통합(SI) 계열사나 MRO 계열사와 계열사 간에 거래비중이 높은 것은 지배구조 여부를 떠나 기업집단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플랫폼으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집단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지배구조 논의는 그러한 효율성을 경시하고 관점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기업집단 내 모든 계열사 간거래에 대해‘물량 몰아주기’라고 명명하면서 터널링(tunneling)으로 간주하는 것은 계열사 간 거래의 효율성을 무시한 시각이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의 수익률과 소유구조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는 상이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일률적으로 단정하고 규제하려는 정책은 거래의 효율성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지배구조에 관계없이 기업집단은 효율성 증진을 위해 계열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거래 계열사 간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의 효율성을 규제를 통해 제한하려 한다면 오히려 그러한 행위가 기업집단 내 생산 플랫폼 기능을 약화시켜 계열사의 이익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kim@k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