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FTA 추진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경제시론] 2011-04-06 | 전경련 국제본부 동북아팀장 홍성일

200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는 FTA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다. DDA 등 다자간 협상을 통한 세계 무역장벽 완화에 대외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DA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앞다퉈 FTA 추진을 가속화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그동안의 통상전략을 바꿔 FTA 추진을 본격화하게 되었다. 뒤늦게 출발한 우리나라로서는 주요 거점국가와의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제까지의 성적만으로 보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04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불과 7년여 만에 발효국 수도 늘고, 정부 간 협상이 타결된 FTA도 3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WTO에 통보된 지역간무역협정(RTA)만도 288건에 달할 뿐 아니라, 이미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특혜관세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발효된 FTA는 칠레를 포함해서 5건에 불과하고, 이들 국가와의 교역규모는 전체 교역량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한·미, 한·EU FTA로 우리 경제 영토를 세계경제의 60%로 확장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주요 선진시장인 미국과 EU와는 협상이 지난해에 마무리되고, 국회 비준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EU와의 FTA는 우리의 경제적 영토를 세계경제 규모 대비 60%까지 확장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역별 경제통합 움직임과 세계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해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우리 제품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FTA는 단순히 우리 기업의 시장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주요 국가와의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타결된 미국, EU와의 FTA에 대한 국회 비준 등 후속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 EU와의 FTA는 우리 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이 경쟁국보다 한 발 앞서 선진시장을 선점함으로써 FTA 체결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對칠레 수출이 3배 이상 증가하였고, 교역량도 2배 가까이 확대되었다. 교역량 확대는 관세인하 이상의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칠레 FTA 체결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전에 거래되지 않던 새로운 품목이 수출되기 시작함으로써 對칠레 교역품목이 다양화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칠레시장에 새롭게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FTA 협상대상국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효시기
둘째, 어떤 나라와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발효시기이다. 다른 경쟁국가보다 한 발 앞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그 나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발효시기의 중요성은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의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이전인 2003년 3%에 불과하던 칠레 수입시장에서의 한국제품 점유율은 FTA 발효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7년에는 7%대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2006년과 2007년 칠레와 FTA를 체결한 이후 우리의 선점효과가 다소 반감됨으로써 칠레시장 점유율도 5%대로 주저앉았다.
셋째, 자원부국, 신흥시장으로 FTA 협상대상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프리카를 비롯해 우리 기업의 진출이 아직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다양한 국가와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신흥시장 중 FTA가 발효된 국가는 인도, 칠레, ASEAN에 불과하다. 주요 지역별 관문국가, 신흥시장별 중점국가를 중심으로 전략적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터키·콜롬비아 등 현재 진행 중인 신흥시장과의 FTA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중미(파나마·코스타리카 등),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 등 신흥시장 국가를 중심으로 FTA 추진 대상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협상 우선순위는 나라별 시장잠재력, 정치외교적 고려, 거점지역으로서의 역할, 우리 정부의 협상여력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이웃나라이면서 교역량도 많은 일본, 중국과의 FTA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일본, 중국과의 FTA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이 지난해 기계, 섬유 등 대일 교역규모가 큰 6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일 FTA 입장을 조사(10.6)한 결과, 68%의 기업이 찬성하였다. 중소기업과 무역업체의 찬성비율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일 FTA를 통해 부품·소재용으로 수입하는 對일 수입품목의 관세가 인하될 경우, 우리 기업의 최종 완제품 제조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FTA 활용기반 확충을 통해 기업의 활용도 제고해야
넷째, FTA가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FTA 활용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특혜관세 활용률이 한·아세안 21%, 한·EFTA 30%대에 불과한 등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활용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이는 FTA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가 낮고, 기업의 원산지 기준에 대한 이해와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정부는 이미 발효 중인 FTA에 대해서도 양허수준을 높이는 등 개방수준을 제고하는 한편, 전자무역 시스템 활용, 무역전문가 양성 등 무역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들도 FTA 체결국과의 교역에서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고, 무엇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 4,650억 달러, 무역흑자 410억 달러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였다. 올해는 수출 5,000억 달러,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상된다. FTA는 우리 기업이 상대국 시장을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공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히잡을 쓰고 뛰어야 하는 육상선수가 첨단소재로 만든 운동복을 입고 뛰는 선수를 앞지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EU와의 FTA를 성사시키자마자 일본이 EU와의 FTA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도 그런 데 연유한다. 이미 타결된 미국, EU와의 FTA가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이들 시장에 대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