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경제시론] 2008-07-09 | 전경련 경제본부장 황인학

당초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이제는 4%대 중반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수정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망에 기반이 되는 근본가정들이 바뀌면 전망치도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올해는 그 횟수나 정도에 있어 유난스러울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 크게 오른 데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말 배럴당 96달러 수준에서 6월말 현재 136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치솟았다. 또한,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등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

금년도 경제환경 녹록치 않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도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국민, 정치권의 리더십과 단결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추가 협상에도 불구하고 재협상만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로 사회 불안이 지속되고, 위기상황에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18대 국회는 회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개원도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살리기와 규제개혁의 기대감을 심어 줬지만 실질적인 제도개혁으로 가시화되지 못하는 것도 이 까닭이다. 이러한 경제·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올해 우리 경제의 전망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실적 부진, 경기 하강국면 진입 조짐

올해 1/4분기 견조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5.8%를 기록했지만 전기비로는 지난해 4/4분기의 절반 수준인 0.8% 증가에 그쳐 경제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이고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도 5월말 현재 각각 4개월,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제조업의 재고는 증가하는 데 비해 출하는 줄어드는 등 다른 경기지표들도 둔화의 징후들을 나타내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기심리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전경련이 조사·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와 통계청 소비자기대지수는 각각 5개월, 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하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기둔화에 물가는 상승 예상

하반기 우리 경제는 물가는 더욱 오르고 경기둔화는 심화되는 이중고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초고유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고,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수출 신장세도 약화되어 올해 말로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는 上高下低의 패턴을 보일 것이다. 최근 수정전망치를 발표한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5.0%에서 4.2%로 낮아지고 특히 하반기에는 3%대의 낮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지금과 같은 정치, 사회적 불확실성이 심화될 경우 그나마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 기업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경제가 둔화에서 침체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생안정에 주력하면서 지속적인 규제개혁 추진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고유가와 물가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의 안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단기적인 민생안정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우리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유발하는 토지이용규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의 제도적 요인들을 찾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의 고유가와 물가불안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희생과 노력을 요청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해외발 비용인상 요인이 물가에 전가되는 것을 최대한 흡수하고, 근로자들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감세와 규제개혁도 지속되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때 일수록 기업의 투자확대가 관건이며, 정부는 규제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향후 경제 여건이 호전되는 시기에 민간의 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온 수도권과 토지이용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야 하며, 제도개혁만으로는 단기간에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주요 기업의 투자프로젝트별 애로를 해소하여 투자확대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경제력 집중 규제를 완화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은 고물가와 저성장의 시기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운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기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재원은 투자유발 효과가 높은 공공건설 투자 등의 부문에 투입해야 할 것이다.
정책금리는 최근 물가불안과 내수위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결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하강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고유가와 원/달러 환율 안정 등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된 이후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기되 과도한 변동성을 조절하는 정도로 정부의 역할을 줄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형 기업생태계’ 전환 정책 긴요

아울러 우리나라가 현재의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내실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규모 분포상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크게 늘어야 한다.
우리 기업규모 분포는 소기업이 지나치게 많고(소과, 小過), 중간규모의 기업수는 부족하며(중약, 中弱), 대기업의 수는 적은(대희, 大稀) 첨탑(尖塔)형 구조이고, 이로 인해 수출은 늘어나지만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하여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좋은 일자리도 크게 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골고루 분포하는 선진국형 기업생태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