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간 정책경쟁이 필요합니다

[경제시론]
2005-09-12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병기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활동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투자와 창업이 활성화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은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낮추어 주고 투자수익이 보장되며, 그러한 투자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은 환경을 말한다. 이러한 투자환경을 갖춘 지역에는 국내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간에 투자환경 상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하여 대전, 경기, 부산, 인천 등은 비교적 좋은 기업투자환경을 나타내고 있으나, 경북, 전남, 충북, 전북, 강원 등은 열위의 기업투자환경을 보였다. 또한 수도권과과 비수도권 간 투자환경이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기업투자환경은 지방의 기업투자 환경보다 좋은 상태이다.

    시 지역의 기업투자환경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도 지역에 비해 좋은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만, 경기와 경남은 다른 도 지역에 비해 비교적 좋은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수도권 지역과 시 지역의 투자환경이 非수도권이나 도 지역에 비해 좋은 기업투자환경을 보였다. 다만, 비수도권 지역과 도지역의 경우, 기업투자환경에 대한 지방정부의 정책환경의 기여율은 수도권 지역과 시지역의 그것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이나 도 지역의 정부정책 환경의 기여율이 높은 것은 불리한 기업투자환경을 극복하려는 지방정부의 정책노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접근성의 강화와 함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즉, 은행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기업의 금융제약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기업과 지역금융기관간 관계금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노사관계의 안정과 함께 고급노동력의 채용이 용이한 시·도일수록 많은 기업투자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역노동시장에서의 노동력 역외유출을 억제하고 유능한 노동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의료, 교육 등 생활 인프라 구축노력이 필요하다. 산업단지의 확충 등 공장용 토지이용을 쉽게 하고 용지가격을 낮추는 것 또한 투자환경 개선에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공업용지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각 시·도의 기업투자유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업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기업친화적인 정책도 관건이 된다. 최근 일부 시·도는 차별적인 산업전략의 수립을 통해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을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된 추진, 시·도별 기업규제 완화정책 지속 등 시·도 차원의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부 시·도는 조세감면, 공장설립 등과 관련된 행정절차의 간소화, 공장용 토지가격의 인하 등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보다 좋은 기업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시·도간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경쟁(policy competition)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정부로 의사결정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는 시·도별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간 정책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독점을 해소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산업의 특화와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정책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각 시·도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첨단전략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추진을 위해서는 고급인력 및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각 시·도는 유사한 첨단산업을 중복 선정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시·도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산업 육성은 인력, 자금, 기술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토균형발전과 혁신클러스터 정책은 지역의 기업투자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