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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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7-11-07 | 전경련 국제본부장 박대식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제한되어 온 대북 경협사업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적이나 질적으로 확대·발전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협분야의 합의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반면, 이러한 다양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만한 북한내 여건의 성숙, 필요한 재원조달의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남북경협의 외연을 넓힐 것으로 기대
이번 10.4 합의는 7년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국한되어 온 협력사업의 외연을 크게 넓히고 있다.
개성공단에 이어 해주에도 경제특구를 설립하며 금강산에 이어 백두산 관광도 논의된다. 문산-봉동간 철로운송이 가능해지면 육로에 의존하던 개성공단 생산품의 국내반입에 드는 물류비도 크게 절감된다. 아울러 북한의 노후화된 철로, 도로, 항만에 대한 보수, 단천지구와 해주에 대한 자원개발, 서안만의 유전개발, 그리고 남포와 안변의 조선소 건설도 앞으로 남북한간 협력사업으로 논의될 것이 예상된다.
지역적으로는 개성과 금강산에서 해주, 안변, 평양, 신의주, 백두산 등으로 협력의 범위가 확대되며 관광과 임가공 중심이던 대북 협력사업의 패턴도 SOC 건설, 자원개발, 조선분야 등으로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사업의 구체적인 실현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합의는 북한 측이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측과의 협력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북한체제의 폐쇄성을 감안할 때, 이번 합의의 내용이 우리 측의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라는 보완협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경협관계가 한 단계 진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에 합의된 대부분의 경협사업들은 기존 경협사업에 비해 규모도 크고 소요비용도 큰 장기 프로젝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들 사업 중에는 타당성 조사에만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따라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사업의 우선순위 선정 후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개성공단의 경우만 해도 2000년 현대아산과 북측의 아태·민경련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 후 3년이 지난 2003년에 가서야 개성공단 건설의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이번에 합의한 해주 경제특구나 SOC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도 문제지만 타당성 조사와 북한 측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며 재원조달을 포함한 기본 건설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전개발과 같은 사업의 경우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만 최소 5~6년이 소요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비용문제에 있어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도로나 항만을 보수 혹은 건설할 경우 건설비용을 회수할 만큼 충분한 물동량이 담보될 수 있는가도 검토되어야 하며, 건설비용 대신 북한의 광물자원이나 자원채굴권으로 보상받는 방안도 북한의 자원개발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다.
남북한 경협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가설과 현실을 뛰어넘는 담론들이 난무하고는 있지만 우선 현장조사를 통하여 이들 사업의 구체적 추진 가능성과 소요비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후에 사업별로 사업의 주체, 재원의 조달문제, 사업의 추진시기 등을 포함한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다.대북경협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 필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사업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일련의 대북 경협사업들이 단기적으로는 남북간 교류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남북한 통일을 위해 필요한 과정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적인 측면에서 남북한 간의 격차를 좁히고 궁극적으로 남북한간 평화적인 통일에 기여해야 하며, 아울러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 아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 경제재건 혹은 남북한 경협사업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북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임가공 사업 등 노동집약적 사업, 전력,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보수 및 건설사업,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활용하는 사업, 중국 혹은 러시아를 묶는 물류사업, 북한 인력에 대한 교육사업 등 모든 추진 가능한 사업을 망라하여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여건과 북한의 수용 가능성 여부를 감안한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없을 경우 필경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는 소모성 논쟁으로 국론만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우리에게 뚜렷한 계획이 없을 경우 북한의 의도에 휘둘려 성과도 없는 사업에 자금을 낭비할 소지도 있다.
아울러 남북 경협사업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대북사업이 현재의 공기업 중심에서 상업베이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측에 시장경제의 이점을 분명히 각인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 스스로 우리와의 경협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대북 경협사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한간 격차의 해소보다는 북한측 외화벌이의 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연구기관에 따라 이번에 합의된 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10조에서 60조 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나 기업들만으로 북한 경제의 본격적인 재건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이 조속히 해결되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도움이 있어야 우리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