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우리 경제는?

[경제시론]
2016-12-22 | 경제본부 송원근


    2017년은 정유년(丁酉), 붉은 닭의 해다. ‘붉다’에는 ‘밝다’는 의미가 있어,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해로 해석된다. 정유년이 담은 뜻처럼 내년에는 붉은 닭이 어둠을 가르고 새벽, 빛의 도래를 알리듯 우리경제가 희망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사실 어느 한 해 순탄했던 적이 없지만, 내년은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성장률 전망치로 LG경제연구원은 2.2%, 한국경제연구원은 2.1%를 내놓았고,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2.4%로 예상했다. 항상 낙관론은 고수해온 정부조차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조정하겠다고 할 만큼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심지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에게 성장률이 역전*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 2016.12월, 미국 FOMC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1%로 상향조정


    내년 대내외로 예상된 악재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 우선 대외 측면에서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새로운 내셔널리즘’으로 불리는 자국중심 정책과 미국 금리인상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보복관세, 환율조작국 지정 등 보호무역정책을 본격화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직, 간접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한,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로 인해 유가하락 및 신흥국 경제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경쟁국인 중국의 불안한 중속 성장 및 구조조정,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내년 수출이 2%대로 2년 만에 플러스 전환한다는 전망이 있지만, 실제 무역규모는 ‘10년, ‘11년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셈으로 결국 내년에도 힘들다고 봐야한다.

    지난 2년간 수출 부진의 공백을 내수가 메워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부동산 경기 호조와 저유가, 소비세 인하 등으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견조하게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하였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민간소비는 김영란법 시행 및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 본격화의 영향으로, 건설투자는 공급과잉 우려로 신규분양이 줄면서 위축되고 있고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주력생산인구이자 주력소비계층인 15~64세 인구가 최초로 감소한다. 인구절벽이 소비절벽, 기업 매출·생산 감소, 고용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내외로 악재가 많고 국내 경제·정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보니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여섯 곳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경제에서 선도적 역할 하는 10대 그룹이 주춤할 정도면, 여타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미래 불안은 훨씬 클 것으로 짐작된다.

    대내외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계층은 저소득층, 청년, 중소기업 같은 경제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생활비로 한 달에 100만원도 쓰지 않는 가구 비율이 13%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불경기이고, 또 앞날도 불안해서 저소득층일수록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11월 8.2%로 같은 달 기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내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청년 고용절벽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해 금감원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2천 35곳 중 부실징후기업은 176곳(C등급 71곳, D등급 105곳)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부진 장기화로 어려움이 큰 가운데 저금리로 근근이 버텨온 한계기업들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우리경제에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국민, 국회, 정부, 재계가 합심하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는 변곡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뜨기 전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다. 2017년 정유년, 우리경제가 재도약하는 희망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