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거래 규제의 현황과 문제점

[경제시론] 2013-04-11 | 전경련 경제본부 기업정책팀장 추광호

현재 국회에는 계열사 간 거래(기업집단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고,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보다 완화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행위 규제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가 보다 발전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계열사 간 내부거래 관련 규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또한 개정안이 가져올 수 있는 해석상·운용상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하에서는 현재의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 현황과 거래가 일어나는 이유를 살펴보고,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는 현행 규정을 검토한 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체 거래액 대비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은 낮은 편

공정위는 매년 자산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46개 민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3.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분해 보면 총수 있는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13.57%,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경우는 11.12%이며, 증가율은 총수 있는 기업집단은 1.09%1), 총수 없는 기업집단은 1.94%로 나타났다.
한편,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130개 사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일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680여개 사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계열사 간 거래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거래는 경영전략적 선택의 일환

계열사 간 거래가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외부거래 시 발생하는 막대한 시간적·경제적 탐색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독점적인 거래선을 확보하여 신속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되고, 유연한 SCM(Supply Chain Management) 운영이 가능해진다.
역사적으로 우리 기업집단이 수직계열화를 도모하게 된 주된 동기도 중간재시장이나 자본재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거래위험과 비용의 증가에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10대 그룹의 신규 계열사를 살펴보면 85% 이상이 수직계열화 업종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기업 내에 사업부서 형태로 있다가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과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분사한 경우도 계열사 간 거래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기업집단의 각 계열사에 사업부서 형태로 있던 전산, 물류, 홍보, 시설관리 등의 업무가 하나의 계열사로 통합되어 그룹 전체 업무를 총괄하여 전담하면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고,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계열사 간 거래 규제 대폭 강화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계열사 간 거래가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하는 데 기존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로는 미흡하다는 주장이 대두됨에 따라, 세법과 상법 등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입법화되었다.
먼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법인 간 상품·용역 거래로 발생한 이익은 거래 당사자 간에 증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이를 과세하도록 하였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3). 즉 전체 거래액 중 계열사 간 거래비율이 정상거래비율(30%)을 초과하는 경우에 과세하도록 하였다.2) 이 제도에 대해서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이유 등으로 위헌 법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과세가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규정을 개정하여 세후 영업이익 중 15%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과세하도록 하여 규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또한 작년에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자기거래의 범위를 확대하여 이사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의 경우에도 사전에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승인을 받도록 하였고(상법 제398조), 이사가 회사기회를 유용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회사기회 유용 금지 규정을 신설하였다(상법 제397조의 2). 두 가지 규정 모두 이른바 계열회사 간 거래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도입된 규정이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에서는 사전공시 대상이 되는 대규모 내부거래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공시주기도 분기별로 하도록 단축하였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2, 제11조의 4).

지금은 기존 규제의 효과를 지켜보아야 할 시점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서는 추가로 공정거래법에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의 부당내부거래 성립요건 중 ‘부당성’ 혹은 ‘현저성’ 요건을 삭제하거나, 경제력 집중 억제를 규정하고 있는 제3장에 부당내부거래 관련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경쟁제한성 여부와 관계없이 경제력 집중의 가능성으로 내부거래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거의 모든 계열사 간 거래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공정위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기업들은 막대한 규제순응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가하는 규정은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헌법상의 기본원칙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서는 여러 법률에 관련 규정들이 도입되어 시행단계에 있으므로, 지금은 이 같은 규정들의 성과를 지켜보아야 할 시점이다.

1) 실제로는 증가액의 대부분이 기존 기업의 분사에 따른 것이며, 순수한 내부거래 증가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2) 증여의제 이익 =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 × 정상거래비율(30%)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 × 한계보유비율(3%)을 초과하는 주식보유비율

(ck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