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노사관계 변수와 선진 노사관행 형성을 위한 과제

[경제시론] 2006-09-10 | 전경련 노동복지팀장 정대순

최근 우리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내년부터 허용될 예정인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전임자 급여 금지조항을 담은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 방안 논의를 비롯하여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투표 가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 등이 그것이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는 과반수대표제가 바람직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당초 로드맵 논의시한인 8월 10일까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전임자 급여문제 등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한 17개 과제에 대해 9월 4일까지 연장해 집중 논의키로 결정한 ‘노사관계법 제도 선진화 방안’의 입법화는 노사정 모두의 주요 관심사이다. 8월 28일 현재까지 노사정 대표자 회의 전체 논의과제 40개 중 의견일치를 본 25개 과제를 제외한 핵심과제의 합의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9월 4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9월 10일경 예정대로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기업단위에서는 2006년 말까지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되어 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2007년부터 허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2인 이상이면 누구나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경우 소수노조의 난립으로 인한 노노 노사간 갈등으로 노사관계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현행법 부칙은 노동부 장관이 2006년 12월 31일까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난립하면 노노갈등이나 노사분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들도 많으리라는 것은 선진국의 경험으로 보아 잘 알 수 있다.
특히, 일관생산방식 사업장의 경우 극소수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전체 사업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은 창구단일화를 위한 합의안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으로서는 조합원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되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투표에 의해 과반수 조합원의 지지를 획득하는 노조에 배타적 교섭권을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과반수 대표제가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단을 구성하는 비례대표제보다 창구단일화의 취지인 교섭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대상은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여 사업장내 모든 노조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별노조가 함께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산별노조도 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 1월부터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금지제도 예외없이 시행해야

현행법은 2007년부터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하기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노사관계로드맵 사안의 핵심 과제로 논의중에 있다. 노조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그렇기 때문에 1997년 노사합의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키로 하고 200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01년 노사합의로 2006년까지 다시 유예되었다. 노조의 재정자립을 위해 10년이라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임자 수나 전임관행에 큰 변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재정자립 노력도 미흡하여 한시적 조치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산업현장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척결해야 할 우선과제이다. 따라서 2007년 1월부터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금지제도는 예외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노조규모별로 노사협의로 최소한도의 전임자 급여지원에 대해서는 금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을 두면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밖에도 대체근로, 필수공익사업 및 직권중재, 긴급조정제도, 손배·가압류 등 핵심 쟁점에서 노사간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합리적 노사관행 형성,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공권력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나 완성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가결 등은 복수노조 허용 등과 맞물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논의하고 있는 때에 고용의 유연성 제고나 선진화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노사관계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에 대한 선도입장 표명은 기업에 대한 압력 가능성

지난 8월 8일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요인 제거와 처우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중에는 공공부문에서 계약기간을 반복적으로 갱신하여 사용해 온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 비정규직의 증가에 대해 정부가 공공부문만이라도 대책을 수립한 것이라 하지만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민간부문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민간기업의 인력활용은 매출증대를 통한 이윤창출과 상관관계가 있고 고용의 유연성은 극심한 대외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민간기업이 경영여건이나 업종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자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실효성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기업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기업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 역시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저기준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업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많은 마당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기업의 정규직 전환이 늦춰질 경우 그만큼 산업현장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민간부문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기업경쟁력 약화 우려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규제완화 등 과감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여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완성차 노조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요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별차원의 요구와 함께 민간 사업장 내에서 정규직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짐으로써 노사분규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불법파업 등 노사관계의 부정적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어 온 우리의 현실에 비춰 보면 산별 노조로의 전환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따라서 산별노조의 전환이 노사관계의 선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사의 합리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2007년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중대한 시기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노사정간 합의도출 노력과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의 입법화에 대한 의지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 여러 변수가 작용할 시기에 노사정이 함께 노력하여 합리적 노사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기회로 삼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바람직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공정한 중재자로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의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갖춰야 할 필수요건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6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