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추진단의 역할과 기대

[경제시론] 2014-02-07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김태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비정상화의 정상화,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고 균형 있는 경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경제를 창조경제로 전환시키고자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 설치,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 확대,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친환경에너지 타운 조성 등을 제시하였으며, 핵심 수행주체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언급하였다.

발족 배경과 그 역할

창조경제는 우리가 해보지 않은 것, 할 수 있으나 못했던 새로운 산업을 찾아 우리 경제를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과 혁신, 소통과 협업, 위험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행 전문의 민간과 관리 전문의 정부가 협력하여 민간은 성장산업을 발굴·투자하고, 정부는 관련 규제개선·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본회는 2013년 7월 창조경제특별위원회에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설립을 제안했고, 8월 국민경제자문회의, 10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2014년 1월 13일 경제부총리, 미래부장관 등 4개 부처 장관과 본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진단 발족식을 가졌다.

창조경제추진단은 민관 공동단장 2명과 부단장, 5개 팀 등 총 4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부와 민간이 만든 조직 중 최대 규모다. 또한 기존 조직과 달리 구성원 40명 중 75%가 민간에서 파견되었으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신산업팀을 비롯해 3개 팀의 팀장도 민간 전문가가 맡는 등 민간 주도의 조직이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창조경제추진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산업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휴대폰 등 주력산업을 발굴·육성하여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으나 2000년 이후에는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우리 기업은 14개가 포함되어 있으나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 서비스산업 분야에는 우리 기업이 전무하고, 글로벌 1위 기업과 우리나라 1위 기업 간의 매출 격차도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추진단은 바이오, 탄소소재, 스마트그리드, 지능형 자동차 등 우리 경제의 미래 50년을 이끌어갈 유망산업을 발굴하고, 현재 50년 된 산업구조를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둘째, 창조산업을 저해하는 관련 규제를 발굴하고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항상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투자를 유인하겠다고 하였으나, 구체적 성과까지 연결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건수만 보아도 2008년 1만 2,000여 건에서 올해 초 1만 5,000여 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료관광, 테마파크, 레저산업 등 해외에서는 잘 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한 산업들도 아직 많다. 추진단은 현장에서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해소하여 관련 산업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셋째, 우리 피 속에 잠재되어 있는 도전의식, 창의성, 기업가정신 등 창조 DNA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창조문화 확산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지적 능력과 금속활자, 측우기, 한글, 철갑선 등 세계적인 제품을 발명했던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멘토링 참여와 과학영재 육성프로그램 운영, 기업 과학관 개설, 청소년 직업 기술교육 등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서론에 그치지 말고, 결론을 내야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 지난 1년간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추진 기반을 조성하는 등 서론을 썼다면, 추진단은 가시적인 프로젝트 발굴과 제도 개선으로 결론까지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추진단이 제안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추진단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기업의 니즈가 없거나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 국책사업들을 이제는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나 무인 자동차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가 필요한 경우는 민관이 공동으로 추진하여 리스크는 낮추고 성공확률은 높여야 한다.

정부와 추진단은 말레이시아의 민관 협력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2009년 경제개혁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정부와 민간전문가 500여 명이 12개 국가 주력산업을 선정하였다. 이 사업은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받은 CEO 출신의 민간 전문가가 총괄했기 때문에, 정부 주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총 투자액 4,400억 달러 중 민간투자가 92%이고, 정부는 8%에 불과하였다. 이 프로그램 실시 이전 10년 동안 GDP 대비 민간투자는 6.7%에서 2012년에는 22%까지 확대될 정도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추진 중인 경제개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업을 맡은 공무원과 민간기업 담당자들이 매주 한 번씩 추진상황을 부처와 최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총리실 산하 성과관리국에 보고하고, 실행부처는 1년에 2번 평가를 받는 등 계획부터 실행까지 성과를 체크하는 강력한 성과관리 시스템이 있었다. 창조경제추진단도 이렇듯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과정뿐 아니라 성과까지 관리하는 강력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실행주체인 각 부처와 민간은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

창조경제추진단을 통해 다양한 유망산업들이 발굴되고 한국경제가 퀀텀 점프를 하게 된다면 국민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국가 전체로는 국가 성장잠재력 제고 및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로 가는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내가 왜 해야 해’ 하는 보신주의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패배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 이어령 교수는 바람개비는 순풍을 향해 돛을 다는 것이 아니라, 역풍을 향해 가슴을 벌릴 때 더욱 잘 돌아간다고 하였다. 역풍에 대항하여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같은 추진력과 모험심을 창조경제추진단에 기대해 본다.

(kt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