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의 원년을 기대하며

[경제시론] 2010-01-06 |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시민국장 황준석

  2010년은 20세기의 낡은 틀을 정리하고 21세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하게 된 용어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국가브랜드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국가브랜드라는 것은 특정한 국가에 대해서 가지는 호감도나 신뢰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동안 기업이나 제품에 적용되던 것이었지만 국가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크게 보면 국가의 품격, 즉 국격(國格)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난 60여 년간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온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지난 60여 년간 실로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왔다.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루어 온 성과를 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상은 최근 국제적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느끼는 이미지나 평판은 여전히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직까지는 우리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품격, 즉 국가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는 일은 어느 특정 집단의 노력만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사회 여러 부문에서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정부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우리 자신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이슈에 대해 참여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규모에 비하여 해외 원조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국민소득이 1인당 2만 달러에 달하게 되고, 세계 15위권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라면, 국제사회로부터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2009년 11월 25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정식 회원국이 된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원조를 받아온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로 자리매김함과 함께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로서의 의무를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도와주는 것도 늘 배려하는 마음으로 드러내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 원조를 받는 나라들이 스스로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현재 글로벌화되어 있는 기업활동 못지않게 기업의 해외 사회공헌활동(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도 중요하다. 해외 CSR 활동은 현지 사회에서의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2010년 11월에는 G20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개최된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입장도 하지 못했던 한국이 100년 만에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국가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은 실로 획기적인 사건으로, G20 정상회담을 유치한 것 자체가 우리의 국격을 외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개최를 통해 우리가 한 단계씩 국격이 높아지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듯이, 이번 G20 정상회의는 더 큰 대한민국으로서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핵심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인 것은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갖추고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즉, 실체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2009년 7월 KOTRA에서 발표한 국가브랜드 맵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이 본 대한민국의 대표 이미지는 ‘기술력’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IT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술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이것이 해외에 알려진 결과다. 앞으로도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선도적인 첨단 녹색기술의 개발은 향후 한국의 경제적 기반을 확고히 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기술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비록 한국 제품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한국 제품도 기술력과 디자인이 충분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보다 힘쓰고, 체계적으로 알려 나간다면 제품의 해외 인지도뿐 아니라 국가브랜드 가치도 함께 상승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문화를 가꾸고 이를 해외에 알림으로써 매력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한류를 통해 우리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지만, 이제는 세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우리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도 계속하고, 태권도의 종주국으로서 이를 명품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매력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해 외국인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포용, 외국인에 개방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120만 명이 훨씬 넘는 외국인이 함께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를 맞아 교육·의료·주거·언어 등에서 외국인에게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에 방송이나 통신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 스스로 글로벌 수준의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의 품격의 완성은 국민 개개인의 인격에서 우러나는 시민의식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해외여행지에서는 ‘어글리 코리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초질서를 포함한 법질서의 준수와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생활화되어야 선진국의 품격을 가진 국민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국격을 높이는 일에 국민·기업·언론·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야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한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와 관계를 맺고 이어지는 일이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과 기업, 언론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 온 성과처럼 빠른 시일 내에 대한민국의 품격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우리와 세계인이 모두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2010년이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선진국 진입의 원년, 더 큰 대한민국이 되는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jshwang@korea.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