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 제고 위한 2009년 세제개편 과제

[경제시론] 2009-10-08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김용옥

정부의 금년도 세제개편안은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제개편안, 저소득층 지원 및 재정 건전성 제고에 초점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영세 폐업사업자가 사업 재개 또는 취업을 할 경우 500만 원까지 체납세액을 면제하고 무주택근로자의 월세소득공제를 허용하는 등 서민 및 영세 사업자의 경제회생 지원을 강화하였다.
둘째,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대기업 20~25%, 중소기업 25~30%)를 신설하였다.
셋째, 변호사·의사 등이 일정금액 이상 고액거래를 할 경우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적격증빙 발급을 의무화하는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였다. 넷째,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축소, 법인에 대한 최저한세 강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일몰 종료 등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소득자·법인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였다.
세제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과 성장동력 확충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부분 또한 적지 않다. 기업 세제와 관련하여, 정부안은 법인세 인하를 계획대로 시행하고 R&D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성장동력 확충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세수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기업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요청된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조세감면은 당장 세수에 영향을 주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소비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세수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국내 경기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요소들이 대내외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 보면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 경기의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경제 역시 내수중심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가계부채의 증가와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소비와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기는 쉽지 않아,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이 민간경제 활성화로 확산될 것으로 예단하기 힘들다.

법인세율 및 소득세율, 계획대로 인하해야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최근 여당이 올해 예정된 법인세율 및 소득세율 인하를 유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가 우리나라 국세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당의 감세기조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단 여당 연찬회 및 당정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법인세율 인하를 예정대로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곤 하지만, 반대의견이 상존하고 있어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인세가 예정대로 인하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실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폐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각종 비과세·감면의 축소 등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세제는 그동안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세율을 낮추는 등 조세부담을 완화해오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경쟁국보다 유리한 조세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제개편은 다음 사항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 세금정책의 일관성 유지 필요
첫째, 이미 대내외에 약속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은 차질 없이 인하하여야 한다.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정책방향은 조세경쟁력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법인세 인하 혜택은 우리 기업에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외국 기업도 법인세율을 투자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가 유보될 경우 외국인들 눈에 한국의 조세정책이 후퇴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국가 간 투자유치 경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위기 이후 국가경쟁력을 생각해서라도 세금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일몰 연장해야
둘째, 금년 말 일몰 도래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연장이 요청된다. 투자세액공제는 과세소득 산정과정에서 과세소득 자체를 줄여주므로 그 효과가 확실하고 직접적이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금년 말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미 기업들은 내년 이후에도 동 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계획을 마련한 상태인 만큼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면 추가적인 재원을 조성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하반기 재정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년 말 일몰 종료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차제에 현재 1년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최소 2~3년 이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결정은 3~5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단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투자를 유인하는 본래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일반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 강화해야
셋째, 연구 및 인력개발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긴요하므로, 기업의 일반 R&D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R&D 세액공제를 확충했지만 지원대상이 제한적이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여타 R&D 지출에 대한 세제지원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R&D 투자가 대기업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나 관련 세제지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기술개발 지원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처럼 당해 연도에 지출한 연구·인력개발비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세액공제율 최고한도가 6%(중소기업은 25%)에 불과하므로 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요청된다.

- 불합리한 제도 정비도 매우 중요
넷째, 조세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현재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나 납세자의 경정청구기간은 3년에 불과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므로 경정청구기간을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와 동일하게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투자촉진 유도하는 데 주안점 두어야
투자는 소비와 함께 경기회복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투자의 회복 없이는 경기회복과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금년도 세제개편은 경제활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투자촉진을 유도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yok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