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강세의 영향과 대응방안

[경제시론] 2014-06-11 |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주원

환율은 단순히 통화 간 교환비율이지만 그 변화에 따라 교역이 영향을 받는 중요한 가격변수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제품 고유의 특성, 즉 품질·디자인 등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수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 다른 기업들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원화 강세가 반가울 리 없다. 우리는 통상 원화 강세라 하면 원/달러 환율상의 변동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같이 중시해야 할 환율은 원/엔 환율이다. 그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주력산업이 유사하여,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과 일본 제품이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교환비율인 원/달러 환율은 2012년 평균 1,126.4원에서 2013년 1,095원, 그리고 올해 들어 1,000원선에 근접(5월 27일까지 연평균 1056.3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준이라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2013년에 비해 약 3.7% 그 가치가 높아진 것이 된다.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에는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리 취약하지 않은 데다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BOJ(Bank of Japan, 일본중앙은행)가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의 엔/달러 환율은 약 18.2% 상승(절하)하였으며, 올해 들어서도 최근까지 4.9%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와 엔화의 교환비율인 원/100엔 환율은 지난 5월 13일 999.41원을 기록하며 2008년 8월 29일(998.4원)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5년 9개월 만에 세 자릿수를 보여 주었다(이후 다시 1,000원 선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100엔 환율이 1% 하락하는 경우 총수출은 약 0.9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탄성치를 최근의 상황에 적용해보면, 올해 원/100엔 환율이 연평균 1,000원일 경우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총수출은 약 7.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원/100엔 환율이 연평균 1,123.8원이기 때문에 2014년에 1,000원을 기록하면 원화는 엔화에 대해 12.4% 절상이 된다. 이는 우리와 수출경합도가 높은 일본산 제품에 대한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한-일 간 교역 시장 및 제3국 시장에서 우리 수출이 감소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2014년 원/100엔 환율이 평균 950원을 기록할 경우(전년대비 18.3% 절상)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내 총수출은 전년대비 약 9.1% 감소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별 영향을 보면 다른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석유화학, 철강의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기계·IT·자동차 등의 품목도 수출 부진이 우려 된다. 2014년 원/100엔 환율이 평균 1,000원이 될 경우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대비 10.8% 감소하고 철강 수출은 10.5% 감소하는 압력이 발생 할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과 철 강이 높은 수출 감소율을 보이는 것은 동북아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수출경기의 외적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기계·IT·자동차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감소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평균 1,000원이 될 경우 기계는 전년대비 6.6% 감소하고 IT는 6.0% 감소, 자동차도 4.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가전은 우리 제품의 높은 비가격 경쟁력과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 등으로 원/엔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중저가 및 저기술 부문의 경우 우리 제품과 중국 제품과의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역시 같은 분석에 따르면 원/위안 환율의 경우 1% 하락 시 국내 총수출은 약 0.5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1) 다만, 원/엔 환율 하락이 주는 영향(총수출 0.92% 감소 압력)보다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산업별로도 원/엔의 경우보다 낮은 수출 감소 압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원래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변화에 따른 가격변화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한 철강·석유화학 등은 여전히 다른 산업들에 비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내수 디플레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경기마저 침체된다면 한국경제가 자칫 ‘내외수 복합불황’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수경기가 완연한 회복력을 보이기 전까지는 수출경기가 어느 정도 버텨주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화 강세 기조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 향후에도 수출경쟁국인 일본 통화인 엔화가 약세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원/엔 환율의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에서는 금리인상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재정정책에서는 조기집행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이 환율 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주기 위하여 외환시장 변동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기업이 대응할 시간적 여력이 부족하여 환차손이나 가격경쟁력 하락 등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외환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미세조정을 통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야 한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투기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과도한 원화 강세 쏠림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수출산업의 환율 민감도를 낮추기 위하여 기술력 제고, 브랜드 가치 향상, 마케팅 강화 등의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세계 시장을 창조하고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일류제품을 개발하여 가격의존적인 시장구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연구결과들은 과거보다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원화 강세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떠나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가격이다. 환율이 변하면 제품가격이 변하는 데 어찌 수출에 영향이 없겠는가. 기 업들의 환율 변화에 대한 내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원화 강세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 원/위안 환율의 경우 원화는 위안화에 대해 2013년 중 0.3% 절상에 그쳤으나 2014년 중(1월 1일~5월 26일) 3.4% 절상되었다.

(juwon@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