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제도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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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4-10-22 | 기업정책팀 양금승
“국내기업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제도보완 필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출자총액규제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한편, 금융보험계열사의 의결권 행사한도의 단계적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적대적 M&A의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공정위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 소속 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출자총액규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의 평균 내부지분율이 49.1%이며, 금융보험계열사가 지분을 보유중인 10대 그룹 31개 상장사의 경우 비금융보험 특수관계인의 평균지분율이 28.42%에 달하는 등 대주주측의 지분이 외국인 전체 평균지분율보다 높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적대적 M&A 대상이 될 가능성은 적고,
둘째, 외국인 주주들이 단일주체가 아니므로 적대적 M&A 가능성은 낮고, 적대적 M&A의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정관변경?합병?임원해임 등은 상법상 특별결의(발행주식 1/3이상 출석, 출석주주 2/3이상 찬성)가 필요하므로 현행법령 아래에서도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며,
셋째, 적대적 M&A 대상은 주로 경영성과가 낮아 저평가된 부실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기업의 경영권을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방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공정위측의 주장은 외환위기이후 외국자본 유치의 활성화 취지로 적대적 M&A를 저해하는 각종 제도가 폐지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기업현실을 간과한 관념론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대기업 집단 대주주측의 평균지분이 외국인 전체 평균지분율보다 높기 때문에 적대적 M&A 위협이 적다는 주장은 개별기업의 현실을 외면한통계적인 유희에 불과한 주장이다. 우리나라 전체 상장주식중 외국인지분비중은 ‘99년말 18.5%에 불과하였으나, 금년 6월말 현재 43.7%로 높아졌으며,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주요 9개 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98년말 30.2%에서 금년 4월말 현재, 50.8%로 급상승하였다. 특히, 국내 주요 우량기업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40~60%로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불건전한 외국자본 및 외국기업에 의한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은 심각한 수준이며, 보다 현실화될 가능성 높아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이 단일주체가 아니라는 주장은 외국자본의 실상을 모르는 안일한 발상이라고 본다. 외국자본은 주로 금융기관 및 투자펀드가 소유하고 있으며, 수익성 위주의 투자성향상 적대적 M&A 시도 및 동참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주가가 1/5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보유현금(‘04년 6월말 현재 8.5조원)이 많아 단기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상위 10개 외국기관이 약 30% 정도를 소유하고 있어 이들중 일부만이라도 협조해 준다면 적대적 M&A는 손쉽게 성공할 수 있다. 외국기관들의 최대목적은 수익성 제고이며, 이들의 의결권 행사성향도 높고(주총 참석율 90.8%), 그들간의 잦은 교류(인력이동, 정보교환)를 감안하면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는 결집 가능성 또한 높다.
또한 현행법상으로도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가 충분하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외자유치에 중점을 두어 외국인지분한도가 ‘98년에 폐지되는 등 적대적 M&A와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공격자측에 유리한 제도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반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인 출자총액규제는 ’99년말에 부활되었으며,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 소각이외의 특별한 방법이 없어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특히, 외국인의 지분이 이미 50%를 넘은 주요 상장기업의 경우 주총에서 주주의 2/3이상의 의결권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법상 특별결의를 통한 정관변경은 힘든 상황이다.
셋째, 경영성과가 낮아 저평가된 부실기업이 주로 적대적 M&A 대상이라는 주장은 적대적 M&A의 기초를 모르는 주장이다. 기존에는 부실기업의 인수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저평가 우량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이 M&A의 세계적인 추세이다. 투기적 외국자본은 그 성격상 단기적 차익실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주요 공격대상은 우량기업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며, 우량기업일수록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M&A 시장에서 공격과 방어간 무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보완되어야 하며, 이러한 일환으로 출자총액규제는 즉시 폐지하고,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는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