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하락 등 불안요인 속 30대 그룹 투자 및 고용계획의 의미와 과제

[경제시론] 2013-05-16 | 전경련 경제본부 투자고용팀장 이철행

산업부-전경련이 30대 그룹의 금년도 투자 및 고용계획을 공동 조사한 결과, 투자액은 148조 8,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7.7% 늘어나고, 고졸채용을 포함한 신규채용은 작년보다 1.5% 증가한 12만 8,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30대 그룹, 투자 확대하고 신규채용 작년보다 늘려

경제전망 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최근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하향 조정했고, 정부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췄다. 이로 인해 30대 그룹의 투자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30대 그룹은 세계 경제의 침체로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내수경기를 조속히 회복시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신규채용을 작년보다 늘려 잡았다. 전년 대비 7.7% 늘어난 총 투자액 중 설비투자액은 91조 1,000억 원으로 61.2%를 차지하며, R&D투자액은 29조 4,000억 원으로 총 투자의 19.8%에 이를 전망이다. R&D투자액이 2011년 약 23조 원, 2012년 약 26조 원, 2013년에는 약 3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30대 그룹은 R&D투자를 매년 두 자리 수 이상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R&D투자 확대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창조경제 기반의 조기 구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30대 그룹의 금년도 신규채용은 작년보다 약 2,000명 증가한 12만 8,000명이 예상된다. 고졸 신규채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지난해 30대 그룹은 4만 3,000명의 고졸인력을 신규로 뽑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9.4% 증가한 4만 7,000명을 뽑을 예정이다.

경제외적인 변수들로 자칫 30대 그룹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

그러나 30대 그룹의 투자·고용계획은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거나, 경제외적인 변수가 크게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작성된 것이다. 30대 그룹의 계획이 그대로 집행될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국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한 2.8%에서 2.6%로 0.2%p 낮춰 잡은 것이나, 이번 4월 국회에서 30대 그룹의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까 염려스럽다.
우선, 30대 그룹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는 사안으로 계열사 간 거래 규제를 들 수 있다. 국회에서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계열사 간 거래를 편법상속 또는 이익분여 등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만약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상의 계열사 간 거래가 통과된다면, 수직계열화된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켜 대기업의 근원적인 경쟁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자산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계열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기업들의 신규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노사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프리패스되고 있다. 60세 정년의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대체휴일제 도입 및 공휴일 법제화, 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도 논의되고 있다.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로 기존 근로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대체휴일제 도입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럴 경우 고용 관련 최우선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시점

지금 우리 경제주체들은 한국경제호를 풍비박산 낼 수 있는 각종 법안의 처리에 좀 더 신중해야 하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장단기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시점이다.
우선, 30대 그룹 투자애로에서 발굴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약 13조 3,000억 원 규모였다. 이런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줄 경우, 투자 확대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낙수효과로 인해 협력중소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30대 그룹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 내 용지 부족으로 공장 신증설 투자가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산업단지 내 녹지비율을 완화하거나 산업단지 근처 부지를 추가 확보하여 연접개발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규제로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데,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 등 공동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비지주회사체제의 기업에 대해서 출자규제가 없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지주회사에 대한 출자규제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바로 풀어야 할 것이나, 어렵다면 외자합작기업에 대해서라도 규제가 풀려야 할 것이다.
학교 인근지역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학교보건법 6조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200m 안 상대정화구역 내의 호텔 등 숙박시설은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만 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해시설이 없는 고급호텔 및 복합문화단지는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선, 건설, 해운 등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불황업종에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생존대책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수주 1위를 기록 중인 조선업은 상위 3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선박을 수주할 때 수은, 정책금융기관에서 융자 지원을 해주고 있으나, 시황이 어려우므로 민간은행에 대한 제작금융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대형조선소와 협력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이 되려면…

30대 그룹의 고용이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60세 정년, 대체휴일제 도입 등과 같이 청년층의 고용에 영향을 주는 법안은 더욱 정교하게 검토하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첫째, 부자(父子)세대 간 동일한 일자리를 놓고 상호 간에 벌어지는 취업전쟁을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 조정을 의무화함으로써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청년취업의 길을 열어야 한다. 둘째,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성과연동형 임금체계를 도입하거나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일본의 예에서 보듯 정년연장 도입 시기를 2020년 정도로 늦출 필요가 있다. 법에 의한 일률적 강제보다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방안이 도입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국회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되 일자리 창출과 민생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신중하게 추진한다면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이 조기에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hank0327@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5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