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이렇게 대비하자

[경제시론] 2007-06-10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 김흥종

한국과 유럽연합(이하 EU)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1차 협상이 지난 5월 11일에 끝났다. 보통 1차 협상은 상대의 관심분야를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양측은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95%를 10년 이내에 자유화하고 공산품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에 100%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서비스와 지적재산권의 경우도 협상의 기본 인식에 합의하는 등 협상의 윤곽이 대체적으로 그려졌다. 진도가 빠른 편이다.

EU와의 FTA는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그러면 EU와의 FTA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EU는 우리의 가장 이상적인 FTA 상대국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시장 및 교역의 규모, 성장성, 산업구조의 보완성, 관세의 수준, 그리고 민감성 등을 고려해 볼 때 EU와의 FTA는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시장 중 우리의 수출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시장이다. 이러한 성장의 동력을 지속시키려면 EU와 수준 높은 FTA를 통해 EU시장에 대한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EU의 평균관세율은 미국보다 높고, 특히 자동차, 섬유, 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수준이 높아서 관세철폐가 핵심분야인 FTA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05년에 수행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 한-EU FTA 체결시 GDP가 16∼24조 원(2.02∼3.08%) 증가하고 신규 고용이 30∼60만 명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면 분야별로 한-EU FTA의 이해득실을 따져 보자. 먼저 FTA를 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부문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FTA에서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농업개방의 피해가 한-EU FTA에서는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과거 FTA에서 EU의 농산물 분야 개방 수준이 우리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¹⁾ 이미 1차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농업에 대해 EU측도 민감성을 갖고 있으며, 한-미 FTA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쇠고기 문제도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EU는 치즈 등 낙농 유제품, 와인 등 주류, 냉동 삼겹살과 냉동 닭고기, 냉동 고등어, 맥아 등에 대한 관세의 조기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최소한 기존의 수입수요를 EU산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하거나, 국내 경쟁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와 부품 및 관련 제품, 영상기기 등은 한-EU FTA의 최대 수혜품목으로 전망된다. 2005년도 승용차 부문의 교역을 보면 우리의 對EU 수출은 82억 달러에 달해 EU의 對韓 수출 8.9억 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승용차 관세율이 한국은 8%이고 EU가 10%임을 미루어 볼 때 FTA 이후 수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2005년도에 무려 99억 달러를 수출한 영상기기 및 부품의 경우에도 현행 EU 관세율이 14%임을 고려해 볼 때 수출확대가 예상되는 분야이다. 반면, 고급 승용차 및 부품, 의약품, 정밀기계, 정밀화학, 화장품 분야는 수입확대가 예상된다.
서비스업에서는 법률, 회계, 금융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 요구가 높을 것이다. 서비스업은 영국 등 일부 서비스산업 강국의 주요 관심분야이다. 이 경우 한-미 FTA의 타결안이 협상의 주요 기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안 해운과 내륙 해운의 경우에는 우리가 EU에 대해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과 함께 지재권은 EU의 주요 관심사이다. 지재권 보호의 경우 EU는 관련 법규 제정을 넘어서 강력한 실행을 요청하고 있으며, 의약품 정보보호 및 Scotch 위스키, 샴페인 등 지리적 표시의 보호를 WTO 규정 이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필요 있어

한-EU FTA 협상에 대비하여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떠한 전략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이번 한-EU FTA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우선 EU의 특성을 고려한 협상이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협상에 나서고 있는 EU집행위원회는 공동통상정책의 범위 내에서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고 있기 때문에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협상의 권한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협상의 경우에도 Positive 접근법을 선호하며, 투자분야에서는 ISD와 수용 등을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Positive 접근법은 우리에게 정보가 제한되어 있는 신규회원국을 비롯하여 EU의 27개국에 대하여 심층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가급적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방식인 Negative 접근방식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EU 시장의 비관세장벽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EU는 이번 FTA에서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철폐할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비관세장벽이란 자유로운 교역을 저해하는 관세 이외의 모든 제도적 특성과 관행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 EU는 우리와 서로 다른 검역기준을 포함해서 한 마디로 자신들의 기준과 다른 모든 것을 비관세장벽의 범주에 넣고 있다. 기준의 차이는 불편함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비관세장벽이라는 것이다.
비관세장벽에 관한 EU측의 공세는 1차 협상에서 관세철폐를 비관세장벽의 철폐와 연계시키는, 통상의 FTA 협상에서는 운용되지 않는 매우 특이한 형식을 들고 나온 것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이러한 연계 형식은 일단 형식의 특이성을 논외로 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제기할 수 있는 EU측의 비관세장벽이 과연 EU가 개별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인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측은 REACH 등 엄격한 EU의 환경규제와 표준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기능할 것에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 이외에도 EU측 기업이 자신들의 기준과 다른 부분을 모두 비관세장벽으로 문제제기하듯이 한국 기업들은 EU 소비자로의 접근성을 제한하거나 비용이 수반되는 모든 사항을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여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한다. 한국 기준(Korean Standard)이 아닌 것은 모두 비관세장벽의 범주에 넣고 신중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의 신규회원국에 對韓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분야도 많은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개별국가간 협상을 병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EU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역외가공 인정 문제의 경우 남북협력사업이 평화를 가져다주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EU 대외정책의 기본정신과 부합함을 역설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 전역에 대한 역외가공을 인정한 한-EFTA FTA 결과를 협상의 참고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FTA 협상은 정부간 협상이다. 하지만 이 협상이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가 되려면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공산품 분야에서 최대의 시장접근을 이뤄내야 개방으로 인한 피해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조치가 더욱 의미있고 빛날 수 있을 것이다.

1) 예컨대 2003년에 발효된 EU-칠레 FTA의 경우, EU의 양허범위는 80%였고 즉시 철폐율은 43.3%였다. 2006년에 발효된 한-EFTA FTA의 경우, 우리의 양허범위가 84.2%이고 즉시철폐가 15.8%였다.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hck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