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 재선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과제

[경제시론] 2012-12-17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주

  지난 11월 6일, 미국 유권자들은 현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손을 한번 더 들어주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하원 234석, 상원 45석을 확보하고 민주당이 하원 201석, 상원 54석을 차지함으로써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하는 현재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상원(2석)과 하원(6석)에서 모두 의석을 늘렸다는 점은 오바마 2기 정부에 다소나마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재선의 의미
  이번 선거의 승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중임이 허용되는 미국 대통령 제도 특성상 첫 번째 임기 동안은 큰 업적을 기대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자질을 평가하는 시기로서 의미가 크며, 미국 대통령들의 주요 업적은 두 번째 재임기간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본격적인 정책추진 기회를 허락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울러, 비록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민주당 의석이 늘었고, 특히 극우보수파인 티파티(Tea Party)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화당으로 하여금 오바마 정부 및 민주당과의 정책 협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압박하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다음 2기에는 지난 4년간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의 색채가 훨씬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절벽 가능성에 비춰 본 미국경제 전망
  현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급선무는 재정절벽 문제이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갑작스런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절벽이 꺾이듯이 뚝 떨어지면서 소비지출을 비롯한 총수요가 크게 줄고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급격한 경기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부시 감세(Bush Tax Cuts) 연장, 장기 실업수당 시한 연장, 사회보장세율 인하 등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 정책들 덕분에 미국 경제는 비교적 빨리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는 곧 과도한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정부 부채 증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소득세 감면 연장이나 의료비 협상 연기 등과 같은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011년 8월 연방의회에서 이뤄진 재정건전화 합의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재정절벽, 즉 세출은 2,080억 달러 줄이고 세입은 3,990억 달러 늘이는 6,070억 달러 규모1)의 재정적자 자동삭감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의회예산국(CBO)은 만일 연방의회가 예산통제법을 수정하지 않고 예정대로 재정긴축에 돌입하면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이 긴축이 유예될 경우에 비해 2.2%p 낮은 -0.5%까지 떨어지고,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JP Morgan(-0.9%), Citi(-1%) 등도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다.
  그러나 이처럼 재정절벽의 충격이 크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그 책임공방에 대한 부담이 정치권으로 하여금 일부 조치를 되돌리거나 혹은 시한연장 방안에 합의하도록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주요 언론사 등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합의안 도출을 낙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당수 사람들은 적절한 선에서의 부분적 타협을 통해 충격을 줄여 나가는 이른바 재정비탈(fiscal slope)을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부분타협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는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연장, 비상 실업수당 축소 및 사회보장세(payroll tax) 감면종료 등이 꼽힌다. 반면, 고소득층에 대한 한계세율 인상이나 국방비 삭감 등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처럼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대립이 이어지겠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에 성공할 경우, 경제성장률 둔화 기울기 역시 재정절벽에 비해 완만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 연방의회예산국(CBO)은 재정긴축이 유예될 경우의 성장률에 비해 둔화 폭이 1.7%p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JP Morgan, Goldman Sachs, TD Economics 등도 -1.0~-1.5%p 정도의 감소를 전망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감세종료 및 자동지출 삭감이 2013년 1월부터 시작되는데, 의회의 레임덕과 성탄절 연휴 등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2013년 2월이나 3월까지 논의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재무부가 원천징수세율을 당분간 유지하고, 1분기 말까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최종 타협안에 합의한다면 그 결과를 소급 적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육성 및 외교통상정책 변화
  오바마 2기 정부의 산업정책과 외교통상정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집권 1기 임기 내내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 관리에 매진해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반한 금융 및 서비스 산업 확대와 이를 위한 규제완화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과 경제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며, 그 중심은 제조업 육성과 수출확대 정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적절한 규제에서 벗어난 금융부문의 과도한 성장이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위태롭게 하며, 금융산업에 의존한 성장으로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2기 정부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부활이나 셰일가스 개발 확대 등과 함께 기타 수출 제조업의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들을 크게 늘려나갈 전망이다. 즉, 금융 및 서비스 산업 중심 국가로 일컬어지던 미국을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나라로 부활시키기 위한 정책적 전환이 잇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외교통상정책 면에서도 역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곧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다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수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상수지 개선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박차를 가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라는 특성상 세계경제 움직임에 민감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와 같은 미국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먼저, 미국의 재정절벽 해소 추이를 주시하면서 그에 따른 거시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 내 제조업 육성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의 경쟁환경 심화, 비전통적 보호조치 확대 움직임에 대한 준비 등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해 발효시킨 우리 입장에서는 TPP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및 동아시아 정책 변화를 파악하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발쯤 걸쳐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울러, 미·중 간 통상분쟁으로 인한 간접적인 파급영향도 사전에 점검해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hjkim@lgeri.com)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