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동향 점검과 부문별 대응과제

[경제시론] 2010-02-11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안순권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전년대비 0.2% 성장,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정부가 목표로 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국가는 호주, 폴란드와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러나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2%로 3분기의 3.2%에 비해 크게 하락하는 등 경기회복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저금리, 재정지출 확대 등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고환율 및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수출부문의 선전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떻게 성장 모멘텀을 살려나갈 것인가가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 3분기에 각각 3.6%, 1.5% 증가하며 경제회복을 이끌었던 민간소비는 △0.1%로 하락 반전했다. 올 들어 재정지출이 지난해보다 제한적인 가운데 이처럼 민간소비가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고용사정이 풀리지 않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 희망근로사업이나 공공인턴제 등은 효과가 한시적이고 결국 민간부문의 고용이 관건인데, 하반기에 기업의 투자가 회복되어 고용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경기회복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라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나 중국경제의 향방, 미국 주택시장 및 소비회복 여부 등 불안요인도 안고 있다. 여기에 연초부터 중국의 긴축 움직임, 미국의 은행규제 등 G2 리스크로 환율·유가·주가지수 등 주요 경제변수들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월초 달러당 1,110원대에 진입한 후 오름세로 반전, 1월말 기준 1,160원대로 상승했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1월 중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한 후 하락세로 반전, 1월말 기준 배럴당 72달러대로 하락했다. 1월 효과가 가시화되며 1,722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연일 하락하며 1,600포인트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인민은행이 1월 18일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1월 26일에는 시중은행들이 개인부동산 대출을 중단하고 일부 은행은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중국의 유동성규제 조치들은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거시정책 기조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1월 21일 은행의 투자업무 제한 등 포괄적인 은행개혁안을 전격 발표하였다. 은행규제안에 따라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분리되면 상업은행자금이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의존도가 높은 우리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며 달러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예산의 일부를 3년간 동결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은행규제 및 재정지출 축소 등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세계경제의 수요위축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아 더블딥 우려가 다시 점화되었다. 다만, 우리 경제로서는 이 같은 금융불안 요인들이 원화 및 유가 강세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점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되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압력이 높을 것이고,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은행규제안의 경우 단기간 내에 원안대로 통과되기보다는 수정되거나 정치적 대립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지준율 인상과 대출통제 시 자산거품에 대한 선제적 대응 측면이 강하고 경기·물가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인 듯하다. 설령 2월 춘절 전후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금융시장의 불안을 의식해 공격적인 긴축을 펼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G2의 긴축 우려, 미국의 은행규제안 등은 금융시장의 위기를 심화시킬 요인이라기보다는 단기 불안요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의 경제회복세, 미연준리(FRB)의 확장적 기조 확인 등에 의해 불확실성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시 원화강세, 유가상승 및 주가회복세 등의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차이메리카(chimerica,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깨지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의 긴축 움직임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중국 기준금리 인상이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질 경우 원화절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리스크가 금융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여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올해 정부부문 지출예산의 약 60%가 상반기에 집행되는 만큼 상반기 중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 경제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출구전략의 부담이 있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소비·투자 등 민간의 수요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를 높여야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기업투자여건 개선과 녹색성장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소득이 향상되어 가계부채 부담이 경감되고 서민생활도 안정될 수 있다.

  환율은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달러강세로 일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호전에 따라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나친 환율의 급변동을 막아 수출·수입업자는 물론 모든 경제주체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구전략 차원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향후 예상되는 유가상승에는 저탄소녹색성장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에너지 사용을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고환율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던 수출기업들은 앞으로 예상되는 원화강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신수종사업을 발굴하며 품질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추진되는 정책변화는 새로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부와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새로운 불안요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위기를 넘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skahn@k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