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지분소유 및 의결권 제한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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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4-11-29 | 기업정책팀 과장 유환익
연초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경부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을 각각 발표하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원칙적으로 천명하고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에서 법개정을 추진하였다. 즉, 현재 국회에서 심사중인 공정거래법개정안에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한도를 현행 30%에서 2006.4.1부터 3년간 5%씩 축소하여 최종 15%까지만 허용하는 축소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재정경제부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상 시정조치가 미약하여 실효성 담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승인을 얻지 않고 소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를 금지하는 취지의 금산법 개정방향을 발표하였다.
이상의 제도들은 정부가 중장기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와 더불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엄격한 분리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들이다. 그러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는 특정한 주체에 대해 시장진입을 제한하자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본질인 사유재산권에 대한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서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배치되는 극히 이례적인 규제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현 경제상황에서 바람직한가?’ ‘혹시 비용을 최소화 하는 다른 대안이 없는가?’ ‘헌법의 기본정신과 배치되지는 않은 최소한의 침해에 해당되는가?’ 등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앞서 언급한 제도들이 현 경제상황에서 가지는 의미와 헌법적 차원에서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최근의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볼 때 금융기관의 의결권 제한은 기업의 보수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경제위기 극복은 커녕 성장잠재력 마저 잠식시킬 우려가 크다. 세계경제가 유례 없는 경기호황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우리 경제는 극심한 내수침체,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본격적인 경제개발 이후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에 버금가는 심각한 경기불황국면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기업의 투자확대이며 모든 제도적 역량이 이러한 방향으로 결집되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심리적 요인이 크며 안정된 경영권의 바탕위에서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보장될 수 있을 때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권 분쟁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자측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제도화 되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M&A를 통한 경영통제 및 외국자본의 국내유입 촉진이라는 명분 하에 주식대량소유제한 폐지, 외국인 주식취득한도 폐지, 강제공개매수제 폐지 등 적대적 M&A 수단은 활성화된 반면,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호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금융사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마저 금지 혹은 축소하는 것은 적대적 M&A에 대응할 최소한의 수단을 없애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장기적 투자는 기대난망이며 오히려 경영자원이 경영권 방어 및 단기적 수익개선, 배당 등에 집중됨으로써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성장잠재력 마저 약화시킬 소지가 크다. 최근 기업들이 주가를 높여 적대적 M&A 시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자사주 소각건수가 ‘00년 0건에서 ’03년 98건으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둘째, 회사가 취득 또는 소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고 기업활동의 자유로운 수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 중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이 합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제2항상의 제약원리를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헌법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천명하고 있으면서(헌법 제119조제1항)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잉금지 원칙은 ‘규제의 목적이 정당한가?’ ‘방법이 적절하며 그 피해는 최소한인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은 공정거래법 목적과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의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에 목적의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며 의결권 제한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지배구조개선 등의 효과는 금융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다양한 장치가 있어 이미 규제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에서 다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서 위헌이다. 또한 금산법상 추진하고 있는 의결권 제한도 소급입법 금지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동법 개정방향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기준을 위반하여 과거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식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결권이 주식의 본질적 권한(보통주)임을 감안할 때 주식처분명령과 거의 유사한 효과이며 주식처분명령은 소급효에 해당되고 의결권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으며 신법에 의해 이러한 권한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소급입법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이 제한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3조제2항에 배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