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추진과제

[경제시론] 2008-09-17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최승노

우리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증가율이 급락하고 유동성 문제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유가상승과 함께 물가는 오르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비위축은 내수침체를 통해 다시 기업의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그야말로 경제의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국민은 정치권에 경제를 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구원투수처럼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늘려 달라는 염원이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들을 선거공약으로 표방했었고,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고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바로 정부의 방만해진 살림을 줄여, 민간경제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처방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살림이 커지고, 민간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금이 늘어나면서 민간경제의 위축이 심각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 살림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수감축도 중요하지만, 방만해진 공기업 개혁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경제 살리기 처방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의지가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계획했던 60여 곳의 민영화, 50곳 통폐합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보니, 실망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규모가 크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공기업들이 대부분 빠졌고, 전력·가스·수도·건강보험 4대 공공 서비스 분야는 민영화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개혁의지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경쟁과 민영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

사실 공기업의 민영화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고, 단기적 효과가 큰 정책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민영화 역사를 보면, 실패사례는 거의 없다. 항공, 자동차, 선박, 정유, 통신, 중공업 등에서 민영화가 이루어져 왔고, 그런 기업들은 민간기업으로 변모해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방만한 경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국민의 세금을 보조금으로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공기업의 낮은 경쟁력은 국민의 부담임이 쉽게 드러난다.
공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면 되지 않겠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공기업은 법률적으로 독점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시장경쟁에서 벗어나 있다. 경쟁 없이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공기업은 본질적으로 독점의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이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고 잘 감시하더라도 시장의 경쟁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법률적 독점상태를 깨고, 공기업과 경쟁하도록 민간기업에게 시장진입을 허용한다면, 공기업의 경쟁력은 자연히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시장화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수자원공사가 뛰어난 경영성과를 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면, 상수도사업에 민간기업이나 해외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해외로 나가서 글로벌 기업으로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처럼 독점구조가 깨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자신들의 무능과 방만함을 법률적 독점 속에서 유지하려는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 또 경쟁을 싫어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은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도모하는 이익집단의 모습 그대로다.
공기업 독점을 옹호하는 이들은 민영화가 가격을 높일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장하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공기업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독점구조 속에서 국민의 세금을 보조금으로 받기 때문이지 경영효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자율성과 창의력 제고에 바탕을 둔 민영화 추진해야

공기업을 경쟁에 노출시키는 시장화와 함께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일은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영화 추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지금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방식 그대로다. 즉,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과 공기업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기에 투명한 절차에 따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 매각하면 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지만, 모든 주주가 주인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 역할을 맡는 지배주주의 존재는 어느 기업에서나 필요하다. 지배주주는 경영권을 갖는 존재로, 일에 대한 대가를 받는 종업원과는 달리 주주를 대표하여 기업의 효율성과 미래가치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진다.
과거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한 사례를 보면, 지배주주가 없어 기업의 경영이 종업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미래 수익모델을 찾는 투자를 게을리 하고, 과거 수익모델에 안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정부가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태도 보인다. 더구나 국민주 방식의 매각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정부 스스로 포기하고 주식을 분할하여 저가로 매각하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는 주인노릇을 하던 정부가 빠지는 것에 불과하며, 민영화의 긍정적 효과도 제한적이다.
주인 없는 민영화의 폐해는 종업원들이 경영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권한을 행사하는 비대칭적 지배구조 시스템에서 나온다. 주주는 자신의 자산을 기업에 주식형태로 투자하고, 그 투자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반하여, 종업원은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이라며, 정부가 주인노릇을 못하도록 막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유와 책임의 원칙을 부정하고, 자신들 입맛대로 경영하면서 그 부담은 국민에게 넘기는 뻔뻔함을 드러낸다.
이제는 우리 공기업들이 변해야 할 때다. 공기업이 폐쇄적인 독점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장화와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경제살리기의 해법이며, 우리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csn@cfe.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