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행위 연좌제, 문제점과 개선방안

[경제시론] 2010-04-09 | 전경련 산업본부 규제개혁팀 팀장 양금승

  우리 헌법 제13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연좌제 금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친족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효율의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상법, 세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기업의 대주주와 대주주의 친인척 그리고 출자관계에 있는 개인과 법인에게 개별법의 취지에 따라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특수관계인 관련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현행법상 특수관계인 규정은 경제행위의 연좌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 금지원칙에 위배된다.

특수관계인 규제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

  경제법령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규정과 이에 따르는 규제는 이들이 경제적인 이해를 같이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비현실적인 범위와 법률간 정합성 결여, 관련법령의 위헌성 논란, 자의적인 해석 가능성과 과도한 규제 등 특수관계인 규제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비현실적이고 외국에 비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친족과 (비영리)법인, 단체, 사용인 등을 포함하고 있는 특수관계인 규정은 이들이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나눌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함에도 불구하고 친족규정은 최근의 핵가족화 되어 있는 현행 가족제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의 친족범위는 경제적 연관성이나 생계의존성이 있는 형제자매 등으로 국한되나, 우리나라의 경우 (비영리)법인, 사용인의 경우도 실질적인 내용과 무관하게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어 그 범위가 비현실적으로 넓게 정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학교법인이나 장학재단 등은 경제적 이득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특수관계인 중 1인이 설립자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며, 사용인 중 임원의 범위에는 사실상의 임원(집행임원)도 포함되는데, 이들은 등기임원이 아닌 관계로 현황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법률간 정합성 결여를 들 수 있다. 50여 개에 이르는 법률이 특수관계인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각각의 법률에 따라 그 정의와 포함대상에 차이가 있어 법률수요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즉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친족, (비영리)법인, 단체, 사용인의 범위가 법률에 따라 다르며, 공정거래법상 친족이 독립경영으로 계열분리가 되더라도 세법 등에서는 여전히 친족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셋째, 특수관계인 관련법령의 위헌성 논란이다. 경제관련 법령의 특수관계인 규정은 그 개념과 범위를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헌법 제75조, 제95조)을 위반하고 있으며, ‘자본시장법’ 등에서는 친족의 범위에서 모계친보다 부계친의 범위를 넓게 하여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의 특수관계인의 주식소각의무, 통정한 허위계약 추정규정 등과 관련된 규제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
  넷째, 과도한 특수관계인 관련규정의 문제이다. 예컨대, 세법의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는 동일한 경제거래에 대한 이중제재에 해당될 수 있으며, 과점주주에 대한 취득세 과세규정은 이중과세에 해당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주식 대량보유 및 변동시 보고의무, 특수관계인의 주식 양도시 양도소득세 부과, 증여 후 5년 내 상장, 합병 등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부과, 보유주식 할증평가 등도 특수관계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해당된다.

경제적 연관관계를 고려해 관련규정의 불합리성 시정해야

  따라서 일정 부문 특수관계인에 대한 규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적 연관성을 고려하여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자의 범위 등은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하는 등 현행 특수관계인 관련규정의 불합리성을 시정해야 한다.
  우선, 친족인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경제법령상의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반드시 민법과 동일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으므로 개별법상 취지에 맞게 범위를 조정하되, 현대사회의 가족관계와 경제적 연관관계에 부합하도록 친족의 개념과 기업의 자율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친족범위는 되도록 줄이고 경제적 연관관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된 규범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친족인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매우 좁게 설정한 영국과 미국 등 해외사례를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경제법령상 특수관계인의 정의와 범위 등이 달라 법률 수요자의 혼란을 초래하므로 친족의 범위 등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두고 개별 법률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공통적인 정의 규정을 두고 다른 경제법령은 이를 준용하는 방법이 있다. 공정거래법과 국세기본법 등 두 개의 법률에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세법도 결국 경제행위의 결과에 대한 조세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법령 하나에만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 남녀차별적인 특수관계인 관련조항 등 위헌성 있는 요소들은 입법적 개선을 통하여 위헌논란의 해결이 필요하다. 친족규정보다 경제적 연관성을 가지는 ‘생계를 유지하는 자’의 범위로 특수관계인 개념을 포섭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밖에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의 강제소각규정이 있는 파산법규정 등 위헌소지가 있는 다른 법령들의 문제들도 검토하여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넷째, 경제적 이해관계 또는 연관성에 근거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 연관성에 근거한 특수관계인은 출자관계, 임원, 사용관계, 생계유지관계, 지배관계 등으로 유형화 할 수 있다. 예컨대, ‘법인의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주주 등을 지배주주로 한정하거나 주주인 특수관계인과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서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자’ 등의 기준을 두어 제한하는 등 유형별 경제적 연관성을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생계유지관계’와 관련하여서는 경제적 연관관계에 의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서 제외시키거나 구체적인 요건을 상세하게 구비하여 경제적 연관성을 세밀하게 명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특수관계인 규정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요건의 통일이 필요하다. 개념이 모호하거나 규정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조항, 상호순환적이며 연쇄관계에 있는 조항들은 보다 쉽고 명료하게 변경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친족의 범위와 관련하여 ‘양자의 생가의 직계존속’, ‘양자 및 그 배우자와 양가의 직계비속’, ‘출양자 및 그 배우자와 출양자 양가의 직계비속’ 등의 용어들이 어렵고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용어들은 양자법리의 기본에 위배되거나 생소한 것이며, 해석상 차별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따라서 용어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거나 과감히 삭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yk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