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규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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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7-10-09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김영용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 금지사항을 담고 있고, 제4조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 조항들과 관련된 시행령 제5조 1항에 가격남용 행위 규제사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에는 가격과 이익률을 동시에 규제하려는 의도였으나, 재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제도적 또는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인하여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단독으로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기술혁신·경영혁신 등을 통한 새로운 상품개발·비용절감 이 외에 부당하게 상품이나 용역을 그 공급에 필요한 비용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고 동종 또는 유사업종의 통상적인 수준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은 가격이나 대가로 공급하는 경우”로 하는 수정안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 시행령 문제 안고 있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기준은 불가피하게 ‘경쟁’ 개념에 의존하는데,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공정거래법의 경쟁 개념도 ‘시장과정’이 아닌 시장구조론에 입각한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이를 근거로 한 시행령도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시장점유율이 높은 판매자든 낮은 판매자든 판매하고자 하는 재화나 용역의 특정 수량에 대해 어떠한 가격도 매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판매하려는 수량과 가격에 대해서는 완전한 지배를 한다. 그러나 구매자가 사려는 수량과 가격에 대해서는 전혀 지배할 수 없다. 자유시장에서 거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므로 판매자가 구매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상호적인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거래가 자발적인 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사업자는 없다.
둘째, 경쟁을 경쟁자보다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기려는 행위를 의미하는 끝없는 ‘시장과정’으로 파악할 때, 경쟁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상태’인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것은 틀렸다. 현재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소비자들이 효율적인 기업의 상품을 많이 구매한 일시적 결과일 뿐,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우려하는 사항은 하나의 효율적인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시장에서 몰아 낸 다음, 독점가격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들은 잠시 사업을 접었다가 독점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면 사업을 재개하는 방법으로 그러한 행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셋째, 재산권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과정’이 아닌 ‘상태’에 기초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은 자신의 재산과 아이디어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쟁과정의 모색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재산권 침해이다. 경쟁의 출발점이 되는 재산권이 제한되는 만큼 경쟁이 제한되어 새로운 기회의 발견이 제한되므로 효율성 향상 효과도 적을 수밖에 없다.
넷째, ‘일정한 거래분야’에 대해서이다. 어떤 재화나 용역이 동일한 재화인지 또는 대체재인지를 판별하는 주체는 오직 소비자들일 뿐이며, 서로 다른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 다르게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상품의 물리적 특성이 같더라도 이를 파는 상점의 위치와 주변 및 실내 분위기, 점원의 서비스 등에 따라 같은 상품 또는 다른 상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를 확대하면 모든 판매자는 자신의 고유한 재산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가지므로 모든 판매자가 독점자라는 정의가 가능하고, 이러한 정의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자유시장은 경쟁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조정된다. 그러므로 자유시장에서 경쟁의 결과 형성된 비법률적 장벽이 시장구조론에 따른 독점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쟁에 의한 시장의 조정과정을 방해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지도 않으며,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지도 않으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정부의 인위적 진입장벽에 의한 특혜성 독과점이 아닌 자유시장에서의 독과점화를 우려하는 ‘일정한 거래분야’는 정의될 수 없다. 경제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파악하고 모든 상품의 대체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섯째, ‘실질적인 경쟁제한’ 개념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인위적인 진입장벽이 아닌 한, 자유시장에서 경쟁자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유시장에서 기회는 모든 사업자들에게 열려 있지만, 모든 사업자들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나 권투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나, 실제로 출전하여 챔피언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기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만, 그러한 기회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가 실질적 경쟁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 흔히 대규모 사업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경쟁이 제한된다고 하지만, 대규모 자본을 모을 수 있는 자유와 실제로 모아 잘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것이다. 대규모 사업자의 시장선점을 탓할 일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를 경쟁에서 물리치기 위한 두뇌와 아이디어의 빈곤을 탓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기업의 흥망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섯째, 공정위는 가격은 생산비용에 적정이윤을 더하여 정해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나, 가격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소수 또는 다수의 생산자가 참여하는 상품의 공급곡선은 각 생산자의 기회비용을 반영하고, 기회비용이 낮은 생산자부터 생산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상품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생산에 더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생산자도 참여하게 되어 경제 전체의 생산량이 증가한다. 공급곡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우상향하는) 이유다. 여기에 수요가 더해져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같은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생산비용이 낮은 효율적인 사업자의 이윤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효율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수록 이윤에도 현저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므로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자유시장에서 아무도 가격설정에 있어 남용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판단하는 공정위의 판단 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폐지만이 규제의 족쇄를 푸는 길
결국 현행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규제의 근본적 결함은 경쟁을 ‘시장과정’이 아니라 ‘상태’로 파악하는 데 있다. 이는 물론 공정거래법 전반에 관한 사항이기도 하다. 즉, 경쟁을 ‘동태적 과정’이 아니라 ‘정태적 상태’로 인식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안고 있는 공정거래법에 바탕을 둔 시행령은 더 따져볼 필요도 없다. 인간의 이성으로 설계하는 대부분의 입법이 그렇듯이 공정거래법 역시 사업자의 발견적 절차에 따른 경쟁행위를 제한하는 규제로 가득 차 있다. 공정거래법 폐지만이 각종 규제의 족쇄에서 풀려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