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내유보 현황과 투자

[경제시론] 2012-11-12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 차장 정조원

  최근 기업들이 사내유보를 많이 하고 이를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해야 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사내유보와 기업의 현금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이다. 즉, 사내유보를 기업이 금고에 쌓아두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라고 인식하여 이에 대한 잘못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사내유보는 쌓아놓은 현금이 아니다
  사내유보란 당기순이익에서 주주배당을 차감한 금액을 기업이 창립된 이래로 매년 합산한 것과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잉여금을 회계학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기업이 외부가 아니라 기업내부에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금액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내부에서 조달한 유보금은 현금뿐만 아니라 토지, 기계설비 등에 이미 투자되어 있다.
  사내유보는 재무상태표 대변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재무상태표의 대변에 있는 항목들은 자본조달의 원천으로 크게 유동부채, 비유동부채, 자본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자본 중의 일부가 사내유보로 분류된다. 재무상태표의 차변에 있는 항목들은 기업의 자본조달 결과에 대한 기업의 사용 또는 운용의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자산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재무상태표 대변의 사내유보(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는 모두 차변의 현금성자산, 당좌자산, 재고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의 자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말 기준 비금융 상장사 591개사의 사내유보금은 566.5조 원이지만 이 중 현금성자산 비중(현금성자산/사내유보)은 15.6%에 불과한 88.4조 원이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477.1조 원은 이미 고정자산, 재고자산, 무형자산 등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사내유보는 566.5조 원이지만, 현금성 자산은 88.4조 원으로 사내유보와 현금은 동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우리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아보았다.
  현금과 단기성자금으로 구성되는 현금성자산도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우리 기업의 현금성자산 비중(현금성자산/자산)은 10.2%로 대만(18.2%), 중국(15.7%), 미국(14.7%), 일본(14.2%)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우리 대기업들이 이익(현금)을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를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 기업들은 이익의 대부분을 투자하여 자산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산한 사내유보로 볼 수 있는데, 사내유보의 84.4%는 이미 유형자산, 당좌자산, 재고자산, 무형자산 등에 이미 투자되어 있고, 15.6%만이 현금성자산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내유보의 투자비중은 2005년 80.6%에서 2010년 84.4%로 증가세로 우리 기업들은 이익을 자산을 늘리는 데(투자)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내유보도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2005년 275.7조 원에서 2010년 566.5조 원으로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가 시정되어 더 이상 불필요한 논의 없어야
  실제로 유보금의 증가와 투자와의 관계를 실증 분석한 연구결과가 있다. <기업의 사내유보와 현금성 자산 어떻게 볼 것인가>(황인태·강선민, 2011.12) 보고서의 유보금 증가와 각 자산항목 간의 회귀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유보금은 당좌자산, 재고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 그리고 무형자산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기업의 유보금 1원이 증가하면, 당좌자산 0.14원, 재고자산 0.02원, 투자자산 0.17원, 유형자산 0.11원, 무형자산 0.01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가 많다. 이러한 오해는 사내유보와 현금을 동일시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기업은 사내유보를 통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래서 사내유보가 많고 사내유보율이 높다는 것을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내유보가 낮거나 사내유보율이 낮으면 은행이나 투자자의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사내유보율이 높은 것이 좋으며,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은 사내유보가 많고 사내유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가 시정되어, 더 이상 이에 대한 불필요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succes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