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세수 기여도 분석결과와 그 의미

[경제시론] 2013-12-16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2012년 매출 상위 10개 민간기업의 세수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이 직접적인 법인세 부담과 함께 간접적으로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법인세 납부대상 기업 48만여 개 중 상위 10개 기업이 2012년 한 해 동안 납부한 법인세는 3.5조 원으로, 이는 전체 법인세 40조 원의 8.6% 수준에 달한다. 연도별로도 2009년 6.5%에서 2012년 8.6%로 2008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10개 민간기업이 납부한 법인세 3.5조 원은 올해 전 계층에게 지급되는 보육료(2.6조 원) 및 양육수당(0.9조 원)을 무상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 3.5조 원은 법인세 부담 하위 24.5만 개의 중소기업이 내는 금액과 같은 수준이다. 즉, 상위 0.003%(10개)의 기업이 전체 법인세 부담 법인의 95%(법인세 부담 하위 24.5만 개)의 법인세 납부액과 같은 금액을 납부한다는 것을 말한다. 전체 46만 개 법인 중 결손 등의 이유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은 21만 개 법인을 제외한 것이다.

31만 명 고용, 근로소득세 1.9조 원 납부에 간접 기여

10개 기업은 31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임원 제외)하고 있으며, 이들 근로자가 부담하는 근로소득세만도 1.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기업의 고용인원 31만 명은 2011년 신고기준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의 3.1%에 달하며, 전체 근로소득자 급여총액의 5.5% 수준이다.

10개 기업이 근로자 고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근로소득세를 살펴보면, 10개 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여액은 575만 원, 국세청 근로소득간이세액 계산식(소득세, 지방소득세 합계액)에 의한 1인 평균 월 납부세액은 50만 원으로 이를 전체 고용인원 31만 명으로 계산할 경우, 근로소득세 금액은 1조 8,5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즉, 10개 기업은 31만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21조 원을 급여로 지급함으로써 2012년 전체 근로소득세 19.5조 원의 약 10%에 달하는 1.9조 원의 근로소득세를 만들어 내는 등 국세에 대한 간접 기여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지방세수 기여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경우, 포항 전체 지방세의 약 13%(387억 원), 광양 전체 지방세의 33%(290억 원)를 차지하며 지방세수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매출액 높은 기업이 세금 납부도 성실해

10개 기업의 총매출 중 해외매출 비중은 평균 66%로,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는 해외 매출액 비중이 85%를 넘었다. 반면, 10개 기업이 국·내외에 납부한 법인세 중 국내에 납부하는 법인세 비중은 82%로 해외에서 벌어 세금은 국내에 훨씬 많이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2008~2012) 동안 매출액 5,000억 원 초과 기업들(623개)의 법인세 성실납세율은 약 96%로 전체기업 평균 87%보다 높아, 매출액이 높은 기업이 세금도 성실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납세율은 법인세 납부액을 법인세 납부액과 세무조사 추징금액을 더한 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법인세무조사를 통한 세금추징액 분석자료를 통해 보면, 5,000억 원 초과기업들의 추징액 자체는 많으나 법인세 납부액 대비 비율(4.4%)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본사를 우리나라에 두고 있는 국내기업의 법인세 기여도는 외국기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IT컨설팅사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1년 애플의 한국 매출액은 1조 8,802억 원인 반면, 2011년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납부한 세금은 1,0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에서 19.1조 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기업의 경우, 개별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확인할 수 없지만, 재무제표를 통해 나타난 법인세 비용은 1.5조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매출액 대비 국내법인세 부담이 외국계기업은 0.06%에 불과한 반면, 국내기업은 7.8% 수준이다.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중장기적 세수 확대 필요

최근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일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부에서는 세금부담 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출 상위 10개 기업뿐만 아니라, 상위 0.1%에 불과한 400여 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5.6%인 26.5조 원을 부담하는 등 우리나라 상위기업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지금 전 세계는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춰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자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0년 이후 OECD 34개국 중 29개국이 법인세율을 평균 7.3%p 낮췄다. 지난 1995년 이후 우리나라 GDP는 3.1배 늘어난 데 반해, 법인세율 감소(30%→22%)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8.7조 원에서 45.9조 원으로 5.2배나 증가했다. 법인세율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세수를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세수 확대는 세율 인상이 아닌 세원 확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