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거래 세부 규제 논의 동향과 문제점

[경제시론] 2013-11-15 | 전경련 경제본부 기업정책팀장 추광호

계열사간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지난 6월에 계열사간 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행위를 규제할 목적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었고, 이제 법률에서 위임한 구체적인 세부 규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당초의 취지를 벗어나 지나치게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계열사간 거래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계열사간의 거래는 처음부터 규제 범위에서 제외하고, 당초 규제 도입의 취지로 내세웠던 것처럼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한 부정적인 계열사간 거래에 국한해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입법예고되어 있는 개정안은 규제 범위를 너무 넓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해오던 기업들마저 이제는 자신들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이것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규제대상 기업·거래 범위 축소 필요

개정안에 의하면 계열사간 거래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이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이야기하면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의 지분보유 비율이 70% 혹은 80%인 기업도 규제대상이 됨을 의미한다. 당초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하는 취지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처럼 규제대상 기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과연 규제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계열사간 거래 규제는 기본적으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 일방이 손해를 보면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상대방 기업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에 대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이 상당히 높은 기업에 대해 이익을 주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이를 사익편취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당초 규제의 취지도 살리려면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이 적어도 50%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규제대상이 되는 계열사간 거래행위의 범위도 축소되어야 한다. 개정안에 의하면 ① 정상적인 거래가격보다 7% 이상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② 기업이 직접 수행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를 직접 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나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 ③ 신용도·품질·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 비교절차나, 경쟁입찰 등 통상적인 거래 상대방 선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내부거래 비율이 12% 이하, 연간 거래액이 200억 미만인 경우는 제외) 등은 규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대상 행위의 범위도 규제의 취지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즉 ①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의 경우, 대부분의 계열사간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격의 산정이 어려움을 감안하여 적어도 10% 이상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으며 ② 사업기회 제공의 경우 향후 이익이 될 것이 명확한 사업기회를 양도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하고 ③ 상당한 물량을 거래하는 경우, 내부거래 비율이 적어도 30% 이상 되는 기업의 계열사간 거래일 경우에 규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일감주기 과세의 경우에도 계열사간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경우에만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의 평균 계열사간 거래액이 1,200억 원에 달하는 사실을 감안하여, 적용이 제외되는 내부거래 금액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적용이 제외되는 거래 유형은 폭넓게 인정해야

반면에 정상적인 계열사간 거래 유형은 좀 더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계열사간 거래 규제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의 요건에 따라 구체적인 경우를 제시하고 있지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적용제외 사유를 열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긴급성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으로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럴 경우 사실상 긴급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수 있으므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로 요건을 완화하여 기업들이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기업의 계열사간 거래는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므로, 이 같은 효율적 기업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가 분명한 경우에만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한 기업들이 사전에 규제 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ck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