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시스템 개혁방안과 보완과제

[경제시론] 2014-04-11 | 전경련 산업본부 규제개혁팀장 고용이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는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규제자인 정부뿐만 아니라 피규제자인 민간도 참여하여 TV로 생방송되는 가운데 시간제한없는 끝장토론을 벌였다. 국민들에게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전방위적 접근으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시스템과 행태를 포함한 규제개혁의 기본틀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개혁시스템 개선의 주요내용

발표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의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고, 규제의 절대량을 줄이기 위해 금년 내에 경제규제의 10%, 임기 내에 20%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규제의 총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규제총량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2004년에 시행해본 경험이 있는 제도다. 그러나 2004년 규제총량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행 2년 만에 폐지되었다. 규제총량을 비용이 아닌 건수 위주로 관리한 결과 도입할 때는 영향이 큰 덩어리 규제를, 폐지할 때는 효과가 적은 지엽적인 규제를 폐지하는 소위 규제분식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건수기준이 아닌 비용기준으로 총량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규제를 신설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유발하는 기존규제를 폐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규제비용을 감축한다는 점에서 ‘Cost-in Cost-out’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부처에서 낸 비용에 대한 검증을 위한 기구도 같이 운용하고, 비용 산정이 곤란한 규제의 경우 등급제를 시행한다. 7월부터 국토부, 환경부 등 7개 부처를 대상으로 시범실시를 하고, 2015년부터는 전 부처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의 절대량도 줄인다. 전체 등록규제 1만 5,000여 건 중 1만 1,000여 건에 달하는 경제규제를 금년 내에 10%, 임기 내에 최소한 20% 이상을 감축하여 현 정부 임기 말 규제총량을 2009년도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모든 규제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방식과 일몰제를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금년 말까지 전체 규제의 30%, 임기 내에 전체 규제의 절반에 대해 일몰을 설정한다. 또 행정규칙에 있는 규제 중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숨은 규제를 찾아내 등록토록 하고, 신고가 안 된 미등록 규제는 원칙적으로 실효화시킬 예정이다.

규제의 존치여부에 대한 입증책임도 전환된다. 지금까지는 규제의 폐지, 개선을 요구하는 측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최초 접수일 기준으로 3개월 내에 해당 기관장이 규제가 계속 존치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설명내용이 미흡할 경우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개선을 권고한다.

평가 및 보완과제

이번에 정부가 밝힌 규제개혁시스템 개혁방안은 그대로만 시행된다면 규제개혁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규제가 유발하는 비용의 총량을 관리하는 규제비용총량제로 규제의 흐름을 관리하고, 경제규제를 10% 감축시킴으로써 동시에 규제절대량을 감축시키겠다는 계획은, 지난 정부들의 규제개혁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네거티브 원칙과 일몰원칙도 바람직하다. 규제의존치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규제자에서 규제자로 전환한다는 방침은 실효성 높은 규제개혁 수단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는 몇 가지 보완할 점도 있다.

첫째,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밝힌 시스템 개선방안들이 조속히 법제화되어야 한다. 규제총량제, 네거티브 원칙, 일몰제, 입증책임의 전환 등은 법률에 규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이미 밝혔지만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하여 이를 명문화해야 지속적인 규제개혁 추진동력을 확보 할 수 있다. 또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감축목표 미이행 시 제재방안과 규제폐지 시 인센티브 방안도 제도화해야 각 부처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규제비용총량제에 의원입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계획으로는 의원입법으로 신설되는 규제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신설되는 경우에도 해당부처에게 신설규제에 상응하는 기존규제의 폐지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규제비용총량제에서 의원입법을 제외할 경우 무분별한 의원입법으로 인해 규제총량이 유지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으며, 각 부처가 총량제를 피해가기 위해 청부입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개혁대상 규제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 대상은 기본적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와 행정규제기본법상 등록의무가 있는 규제 중 누락된 규제다. 규제개혁은 등록대상 규제뿐만 아니라 행정규제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상법, 세법상 규제, 공공기관의 정관으로 정하는 유사규제, 법령에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와 같은 탈법규제 등 있는 규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숨은 규제들이 폐지·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민·기업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의 차이는 좁혀지기 힘들다.

넷째, 일몰제 남용 방지책이 필요하다. 규제일몰제의 기본 취지는 규제를 신설하되 일정기간 이후에는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3년 후에 실효성이 없으면 폐지하면 되니 일단 한 번 도입해보자는 식의 규제도입의 명분으로 작용될 우려도 있다. 일몰이 도래된 규제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장하기 어렵도록 하는 수단을 강 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규제개혁장관회의 끝장토론으로 규제개혁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개혁시스템 개혁방안도 확정됐다. 이제는 실천이 문제다. 대통령이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각 부처가 총력을 기울여 규제를 개혁해 나간다면 역대정부와는 달리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이 실질적인 규제개혁 원년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해본다.

(go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