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지방소득세 공제·감면 일괄 폐지의 문제점

[경제시론] 2014-06-11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지난해 말 국회에서는 지방세와 관련해 의미있는 제도 개선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과세 자주권 확보 및 자주재원 확충을 목적으로 지방소득세를 독립세화하는 지방세 관련 법령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부가세 형태로 운영되던 지방소득세가 별도의 독립세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다만, 과세표준은 현행과 같이 국세에 연동하는 대신 세율과 공제·감면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기업부담 고려 없는 지방세법 통과, 경제활성화에도 찬물

하지만, 개정된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는 세액공제·감면 대상을 개인으로만 한정, 내국법인에 대해서는 이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지방소득세 부담이 당장 올해부터 연 9,5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기준으로 16만여 개의 기업이 받고 있는 국세 공제·감면세액이 9.5조 원 수준인데, 이의 10% 수준을 법인지방소득세 형태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라 늘어날 국세 주요항목을 모두 합쳐도 8,000억 원 수준이며, 법인지방소득세가 올해에만 21%나 늘어나는 등 기업의 법인지방소득세 부담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세법 개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해당사자인 기업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이나 부담 증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방소득세 개선을 위한 논의 초안이 9월 제시되고, 관계 부처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가 3개월 만에 이루어졌는데, 이는 14개월의 논의기간을 거쳐 도입된 지방소비세제 개편과 비교해볼 때 기간도 짧다.

특히, 법인분 지방소득세에 대한 공제·감면이 전면 배제되어 법인의 지방소득세 부담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지방소득세 과세체계 개편 논의 당시, 법인분 세액 공제·감면에 대해서는 점차적인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전면 폐지시키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세의 경우, 세수효과가 경미한 공제·감면 정비에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는데, 지방소득세 개편은 사실상 증세임에도 불구하고, 법인부담 증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이다.

둘째, 지역투자는 물론 기업 지방이전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방세수 증대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방투자를 촉진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지방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세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의 지방세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투자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이로 인해 1.3만 명의 일자리 감소, 생산유발효과 2조 원 감소 등 사회적 손실이 우려된다.

셋째, 중소기업의 지방세 부담 급증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다. 현재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공제·감면을 받고 있고, 그 규모도 법인세 납부액의 1/4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세부담 증가는 정부의 중소기업 세제지원 강화 기조와 배치되어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과 올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중소기업 R&D 투자 확대, 상생협력을 통한 생산성 혁신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지방세법개정으로 그 효과가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 민간기업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기업체의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전체 연구개발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2008년 26조 원이던 기업 연구개발 투자액은 매년 증가해 2012년에는 44조 원에 이르며, 이 중 78%를 민간기업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은 기업의 R&D 투자 촉진 및 고용창출 유인의 효과가 있어 기업 연구개발 투자 촉진을 위해 중요하다. 조세지원액 1% 증가 시 추가 연구개발 투자는 0.46%로 증가하며, 기업 R&D 투자가 1조 원 증가하면 1만 6,000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감안하면, 지방세법 개정에 따른 R&D 세제혜택 축소는 직접적으로 우리 기업의 R&D 투자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실질적 감면이 아닌 이중과세 방지 목적

다섯째, 외국납부세액 공제 배제로 국제적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제도로서, 국내세법상 외국납부세액 공제가 실질적 감면의 성격이 아님을 인정하여 최저한세 적용대상에서도 제외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 라에서 이 같은 이중과세 방지규정을 운영 중이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외국에 납부한 세금 상당액을 국내 법인세(국세)와 지방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기업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외국에서 부담한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제외하는 단순계산과정일 뿐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여섯째, 이월세액 공제 배제로 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동일한 투자를 통해 세액 공제가 발생했음에도, 당해 결손 발생으로 공제를 받지 못한 기업의 경우, 현행 지방세법 적용으로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동일한 투자를 한 기업 간에도 지방소득세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세법령이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개정되는 경우, 경과규정을 통해 납세자 신뢰보호와 예측가능성이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지방세법 개정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과세권을 확보하고, 지방재정의 건전화를 위한 지방세제 개편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납세자인 일반 국민과 기업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고, 이들 납세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법인지방소득세 공제·감면제도 정비도 점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