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의 쟁점과 전망

[경제시론] 2007-07-10 | 전경련 경제본부 노동복지팀장 한동률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는 첫째,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를 위한 총파업 등 노동계 상급단체의 정치투쟁 움직임과 이로 인한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 협상의 장기화 우려, 둘째,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법과 관련, 비정규직 채용 사유 제한 등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 셋째, 금속노조 사업장 중심으로 대기업의 산별교섭 참여를 둘러싼 노동계와 사용자 사이의 마찰 증가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단협 체결 기본방향 및 주요 쟁점

노동계와 경영계의 2007년 임단협 목표 및 단체협약 체결 기본방향을 살펴보면 금년도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가 잘 드러나 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입법 이후 차별철폐, 노동자 내부격차 완화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 쟁취 등 임단투의 5대 원칙과 상급단체 단위의 제도개선 5대 목표, 사업장 단위의 임단투 5대 목표를 제시하였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
동기본권 쟁취 등 중앙차원 제도개선 7대 요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차별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등 단위노조 차원의 단체협약 7대 요구를 제시하였다. 한편, 경제단체협의회는 산별노조·산별교섭 확산에 대비한 대응체계 구축,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인력운영 방안 강구 등 6대 단체협약 체결 기본방향을 제시하였다.
일부 고임금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상급단체 지침에 따른 일방적인 인상률 요구, 비정규직에 대해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이를 정규직 요구 관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노조의 관행 등으로 인해 임금협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단체의 금년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보면, 노동계는 9%대의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2%대의 인상률을 제시하여 노사간 제시율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한국노총 9.3%(비정규직 18.2%), 민주노총 9.0%(비정규직 19.5%), 경영계 2.4%(대졸초임, 고임금 대기업은 동결)].
한편, 노동부 지도대상 사업장(6,561개)의 5월말 현재 임금협상 타결현황을 보면, 협약임금 인상률은 4.7%로서 전년동기의 5.2%에 비해 0.5% 포인트가 감소하여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금교섭 타결률은 17.5%로서 전년동기의 14.3%에 비해 3.2% 포인트가 증가하여 전년보다 빠른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장 단위에서 금년도 단체협상의 주요 쟁점은 전통적인 복리후생 요구 외에 비정규직 문제, 고용안정, 인사·경영권 관련 요구, 노조전임자 및 조합활동 관련 요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과 관련하여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비정규직 채용 억제, 비정규직 채용시 노조와 합의, 사내 협력업체에 대한 상여금, 휴일 등 동일처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안정과 관련한 요구로는 총 고용인원 유지, 단체협약에 고용안정 관련조항 신설,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정년보장·연장 등으로 조사되었다. 노조는 또한 조합원의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자 채용부터 전환배치, 징계에 이르기까지 인사·경영권 관련사항을 주요 요구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시행이 3년간 추가 유예되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및 노조 재정자립금 출연 요구가 재개되고, 조합활동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많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2006년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을 계기로 노동계의 산별화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노동계는 산별교섭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별교섭 법제화 요구와는 별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사용자의 산별 중앙교섭 참여를 위해 총파업을 추진하는 등 일방적인 교섭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바람직한 임단협을 위한 과제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과 노사화합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기업 경영환경을 고려한 임금인상률 결정, 불법 정치파업 관행 철폐,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 지양 등 바람직한 임단협을 위한 과제들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먼저, 기업별로 처한 경영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급단체의 일방적 지침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보다는, 해당사업장의 경영환경, 생산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금이 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괄적인 임금인상 대신 연말에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의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노동계의 정치투쟁은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므로 사업장 단위에서는 사업장내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협상해야 한다. 노동계의 불법 정치투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합법은 보장하되 불법은 필벌한다는 정부방침을 적극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 등이 사용자의 산별 중앙교섭 참여를 위해 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노조는 이중교섭·이중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 과거 기업별 노조로서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산별교섭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인사·경영권에 대한 요구와 무조건적인 고용보장 요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등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지양되어야 한다. 노조가 근로자의 채용에서부터 인사, 생산, 판매, 해외투자 등 기업의 경영전략까지 모두 개입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요구로서 사업장 단위 노사마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안정은 기업의 성과가 좋으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이며, 무조건적인 고용보장 요구는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규직 증가는 급격한 임금인상과 함께 경직적 노동시장으로 인해 생겨난 불가피한 현상인 바, 무조건적인 정규직화 요구는 실현가능성도 적고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에 대한 무리한 처우개선 요구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임금·단체 협상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임단협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hd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