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및 중복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경제시론] 2004-10-01 | 기업정책팀 양금승

핵심 및 중복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문민정부 이후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국정현안의 하나로 선정?추진하여 ‘93년 이후 현재까지 1만 1천여 건의 규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었다.
그러나 일선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혁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으며,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성과에 대해 기업들의 체감도가 떨어지는 원인은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즉, 기존 핵심 및 중복규제는 정책적인 판단, 부처간의 이해관계로 남아 있거나 오히려 강화된 반면, 신설?강화규제는 쉽게 이루어지는 규제개혁시스템 하에서는 기업들의 규제개혁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첫째, 핵심 및 중복규제의 정비가 부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동안 규제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개혁 추진의 量的成果가 있었으나, 수도권입지규제, 대기업규제, 노동관련 규제 등 핵심규제의 정비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었다. 대부분의 핵심규제는 정치논리로 聖域化되어 규제개혁이 지엽적?절차적 규제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부처들이 경제 전반적인 관점보다는 개별부처의 정책목적을 강조하는 경향도 핵심?중복규제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경련의 조사결과(‘04.8~9), ’참여정부‘ 들어 규제개혁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로 ‘핵심?중복규제의 정비 미흡(28.65%)’, ’신설?강화규제의 증가(22.88%)順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01~03년까지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공동 건의한 635건의 규제개혁과제에 대한 분석 결과, 수도권입지규제, 대기업규제 등 핵심규제의 수용률은 18.7%선으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정책, 수도권입지, 산업안전, 환경 등 기업경영의 핵심분야에서는 동일한 행위에 대해 여러 부처가 중복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규제개혁의 추진이 부진한 점이 규제개혁의 체감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99년말 이후 기존규제의 개혁은 부진하나, 강도 높은 규제를 지속적으로 신설함에 따라 규제의 신설건수는 ‘99년말 2,736건에서 ’04년 6월 현재, 3,362건으로 최근 4년간 증가 추세에 있다. 신설규제는 폐지규제에 비해 규제의 강도나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들로 기업지배구조분야, 소비자보호 분야, 환경?안전분야에 대한 일반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미 도입된 제도에 대해 기업들이 제대로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규제가 봇물처럼 도입되는 경향이 기업들의 규제개혁체감도를 낮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핵심 및 중복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규제의 품질 제고와 규제개혁 추진시스템의 개편 등 규제와 관련된 환경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첫째,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핵심규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규제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국가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개혁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 특히, 일반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일반화된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출자총액규제 등 대기업규제와 수도권 입지규제, 노동 관련규제 등 핵심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둘째, 여러 부처에 걸친 중복규제를 일원화하여 한 부처에서 통합?관리해야 한다. 정부 기능상 몇 개 부처에서 규제하는 것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준수여부는 1개 부처에서 확인하고, 그 내용은 행정전산망을 활용하여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규제총량제를 본격 도입해야 한다. 기존규제, 유사 행정규제, 신설?강화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심사를 통해 부처별로 매년 규제총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의 준수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신설?강화규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부합되지 않는 기존규제에 대해서도 규제영향분석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 신설규제의 도입시 이에 상응하는 기존규제의 폐지 의무화, 일정기간 경과시 자동폐기 되는 규제일몰제를 기존규제 및 신설규제 모두에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규제개혁위원회의 전문성, 책임성,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원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행정기구로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규제개혁을 정부혁신과 연계하여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