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짚어본 양극화 논쟁의 진실

[경제시론] 2012-05-13 |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실장 변양규

우리 사회는 총선을 치루면서 양극화 몸살을 앓았다. 아무래도 연말 대선까지는 계속 양극화에 대한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99% 대 1%의 극한 대립을 조장하는 문구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면 무절제한 포퓰리즘식 정책도 서슴지 않고 제안하는 정치인들이 상당수 있다. 정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양극화만은 막아야 할 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하며, 정확한 진단에 근거한 올바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재원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을 달성하기는커녕 분열과 대립만 낳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최근 양극화에 대한 논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곳을 지적하고자 한다.

양극화에 대한 논의 중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이 소득양극화이다. 최근 한 방송은 2011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지니계수가 2010년에 비해 더 악화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양극화 가 심화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필자가 살펴본 결과, 지니계수는 2010년 0.310에서 2011년 0.311로 불과 0.001만큼 상승했다. 과연 우리 사회가 0.001이란 조그만 변화에 흥분하고 분노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흥분과 분노를 앞세우기보다는 올바른 처방을 위해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11년 전체 가구의 지니계수는 2010년에 비해 0.001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인 이상 비농가의 지니계수는 0.289로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즉, 문제는 1인 가구를 포함할 경우 지니계수가 소폭 상승했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소득개선이 다른 가구에 비해 양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거노인이나 미혼 청년가구주의 소득개선이 다른 계층에 비해 저조할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잘못된 진단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흥분과 분노만 표출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1인 가구의 소득을 어떻게 끌어 올릴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것이 바로 정확한 진단에 근거한 올바른 처방인 것이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소득개선이 미흡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과연 어떤 이들의 소득개선이 미흡하고, 왜 미흡한 것일까?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소득양극화는 지난 2007년이후 지속적으로 완화된 반면,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양극화는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즉, 문제는 취업자 전체의 소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영업자의 소득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일까? 비록 5년 전 자료지만 우리에게 해답을 제시해 주는 자료가 있다. 2007년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자영업자 비중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 45.9%를 기록하여 미국의 4.0%, 영국의 8.8%, 그리고 독일의 14.1%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서비스업종에 비해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자영업자 비중이 우리나라에서만 지나치게 높다. 즉,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에서 방출된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진 입장벽이 낮아 창업하기 용이한 도소매·음식숙박업으로 대거 몰리면서 자영업자 간 과당경쟁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총 550만 명이 있는 자영업자 시장에 한 해 평균 100만 개의 자영업 창업이 이루어지고, 그 중 80만 개 이상은 1년도 안돼서 폐업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자영업자의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 올바른 처방은 명확해 보인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 있는 진입장벽을 낮춰 많은 자영업자들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거나 자영업자의 재취업 또는 창업을 위한 교육지원을 확대하거나 서비스업의 대형화를 통해 영세성을 탈피하는 것이 소득양극화 해결을 위한 올바른 처방이다.
잘못된 통계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모 방송은 2003년 6.04배였던 하위 20% 저소득층 대비 상위 20%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2010년 에는 8.11배로 증가하여 소득계층 간 교육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방송에서 언급한 수치는 1인당 사교육비가 아니라 자녀의 유무나 자녀의 수를 구분하지 않은 채 소득계층별 가구의 전체 사교육비 지출을 비교한 것으로 잘못된 진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패널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의 자녀수는 1.67명인데 반해 하위 20% 가구의 자녀수는 1.47명이다. 즉,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의 자녀수가 더 적기 때문에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이 적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은 자녀가 없는 가구 수의 비중이 높으며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가 심화된 것을 고려하면 교육양극화를 소득분위별 가구 전체의 사교육비 격차로 측정할 경우 교육양극화는 최근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구소득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을 살펴보면 우려했던 것처럼 언론보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2월 17일에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월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 대비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비율은 2007년 8.83에서 2011년 6.47로 오히려 감소하여 교육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또한, 한국노동패널의 자료를 이용할 경우에도 동일한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 고소득층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2006년 6.25배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어 2009년에는 3.24배를 기록했다. 즉, 교육비 격차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최근 언론에서 강조되고 있는 교육비 격차 확대 보도는 잘못된 통계에 근거한 과장을 내포하고 있으며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증대하고 사회적 분노가 축적되어 사회통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사회통합을 바탕으로 지속적 성장을 이루어야 하는 우리 경제는 이 런 이유에서 사회 여러 방면에서의 양극화 심화를 방지해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양극화에 대한 우려만을 확대 재생산해야 할 시기는 아니다. 갈등 조장, 퍼주기식의 정책 등을 통해 표밭을 다져야 할 시기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은 바로 사회통합을 위해 양극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올바른 처방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econbyun@k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5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